佛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라모네 사장 인터뷰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의 브리핑은 내용이 늘 부족하다. 정부에서 얘기하는 것은 항상 모호하다. 외교적인 수사로 가득 차고 중요한 것은 비켜 가기 마련이다.”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의 자매지인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이냐시오 라모네(64·사진) 편집장 겸 사장은 5일 한국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만났다.

―프랑스에도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 기자실(salle de presse)이 있는가.

“물론이다. 특히 중요한 부처에는 다 있다.”

―한국 정부가 10여 개의 기자실을 3개 정도로 줄이려 하는데….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취재환경이 점점 어려워진다. 무릇 정부란 불협화음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한국에 몇 개의 부처가 있는지 모르지만 부처에서 각각 얘기를 하게 되면 질서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정부 전체가 한 사람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총리의 공보실이 각 부처를 통제하고 공보 업무를 대통령이나 총리 쪽으로 집중시키려 한다. 이런 (공보)체제는 모든 곳에서 자란다. 이는 사실상 언론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다. 오늘날 겉으로는 언론의 자유가 신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처럼 점점 통제가 강화된다.”

―프랑스에는 전자브리핑이라는 본받을 만한 제도가 있다고 한국 정부는 주장한다.

“전자브리핑도 마찬가지다. 브리핑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관료적이다. 장관들은 모호하게 말하길 좋아한다. 브리핑을 통한 정보는 부족하다. 기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취임으로 프랑스에서도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시작되는가.

“사르코지는 노동시간 연장을 허용하고 교통 등 공공 서비스를 최소화하며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다. 프랑스의 올가을은 사회적 갈등의 계절이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노조와 공무원 세력이 크다. 이들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처럼 갈등 상황을 넘어 변화를 이뤄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프랑스 사회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분석하면….

“프랑스 사회당은 크게 분열돼 있다. 한편은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나 독일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처럼 중도 쪽으로 움직이고 다른 한편은 왼쪽에 남아 있으려 한다. 게다가 프랑스 사회당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없다. 선거 전 머리싸움에서 이미 사르코지에게 졌다.”

―프랑스에서 프랑수아 바이루로 대표되는 중도파는 실패한 것인가.

“그는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중도파 세력을 형성하려고 노력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바이루의 중도파는 10일 총선에서 기껏해야 5석을 얻는 데 그칠 것이다. 바이루가 뭔가 중요한 것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인은 이제 좌우의 정치적 대립을 원하지 않는다. 좌우파 양측에서 좋은 것을 따서 쓰려고 한다. 사르코지도 역시 바이루와 같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내각에 좌파와 중도파 인사를 받아들였다.”

라모네 사장은 5일 연세대와 청주대에서 ‘21세기의 지정학적 도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