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취재접근 어려운 곳에서는 이렇게…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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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위직이 취재돕고
내부 고발자가 제보하고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반, 미국 워싱턴 시내 23가에 위치한 국무부 별관 2층 기자실.

165m²(약 50평) 안팎의 공간에 일간신문 TV 주간지 통신사의 지정석이 마련된 이곳에서 2시간 동안 눈에 띈 기자는 AP통신 기자 2명을 포함해 6명뿐이었다.

미국 최대 방송사의 A 기자는 대부분 일과를 기자실에서 보낸다고 했다. 국무부 관리에게 하루 평균 전화를 5통 정도 걸며 통화 시간은 사안에 따라 2∼10분이라고 했다. 오후 6시 반 저녁뉴스 마감을 앞두고 자판을 두드리던 그는 “국무부 관리와는 2주에 한 번 정도 따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따끈따끈한 정보는 역시 관리를 대면 접촉할 때 얻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뜻밖에도 “우린 (국무부에선) 특종을 못 한다”고 말했다. “특종? 그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몫이다. 두 매체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뉴스의 흐름이 펼쳐진다고 보면 된다.”

지난 13년간 국무부만 취재해 온 다른 거대 방송사 기자 B 씨는 “사전 예약한 사무실 방문취재 때 공보관실 직원이 배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의 한계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란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국무부 현실에 비춰 본 미국식 ‘선진 취재방식’이 두 가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생생한 정보는 영향력이 큰 매체 두 곳에 사실상 과점(寡占) 제공됐다. 그 대신 나머지 기자는 대변인의 공식·비공식 브리핑에 의존하면서 ‘두 신문이 발굴한 특종 보도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해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데 자신의 역할을 국한하는 실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기자들이 정부 사정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B 기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 입성했다가 물러나는 워싱턴 특유의 ‘회전문(revolving door)’ 관행이 순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고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해 다시 정부로 돌아오기를 꿈꾸는 전문가 그룹을 자유롭게 만나며 정부의 실제 정책과정을 소상히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테러범에 대한 강압수사나 국제전화에 대한 영장 없는 감청 같은 초법적 행위의 폭로기사에서 보듯 내부 고발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종 기사들이 자주 빛을 보는 것은 미국 공직자의 독특한 정의감과 무관하지 않다.

미 법무부 반독점국 경제학자로 일한 리처드 신 박사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조직의 잘못을 세상에 알리는 게 당연시되는 공직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실이 없거나 당국자 접근이 쉽지 않은 부처일지라도 기자들이 얻는 내부 정보가 많아 언론의 정부감시 기능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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