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햇볕· 협상… 美-中-유엔 ‘수단 해법’ 3色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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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압박정책, 유엔의 협상강화정책, 중국의 햇볕정책 가운데 어떤 것이 인종청소로 얼룩진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 해결에 가장 적합할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단 정부가 즉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경제제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1997년 실시된 경제제재에 덧붙여 31개 기업의 자산 동결, 수단 고위관리 4명의 경제활동 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2차 제재 결의안 채택 추진이 골자다.

미 언론은 이번 결정을 실질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선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10년간 경제제재로 수단은 미국과의 직접 거래가 없어진 데다 대부분의 거래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 컨설팅사인 유라시아그룹의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수단 재무부의 고위관리 역시 “국제무역의 70%는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지난해 수단의 경제성장률은 13%에 육박했다.

여기서 언급된 ‘아시아’는 중국을 말한다. 중국은 수단이 보유한 원유 채굴권의 40%를 장악했고, 매일 33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 공급 및 사회간접자본 건설공사에 참여하면서 수단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미국은 “자원 확보 때문에 독재국가의 통치자금을 대는 것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면모가 아니다.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가 돼라”며 압박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의 수단 감싸기는 지난달 29일 수단 특사 류구이진(劉貴今)의 베이징(北京) 기자회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이날 “미국식 압박책은 해법이 아니다. 가난이 사태의 원인인 만큼 추가 투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수단판 햇볕정책으로 불릴 법한 선택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외교’는 일부 서방국가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불렀다. 류 특사는 이런 기류 속에 5월 초 임명됐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끄는 유엔을 통한 추가 국제 제재도 미국 뜻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바라는 추가 제재는 수단에 비행금지구역 설정 및 무기금수 조치 정도다. 그렇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미국 주도의 수단 압박책에 일단 부정적이다. 지난해 통과된 1차 안보리 결의안 때는 중국은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했었다.

유엔 역시 ‘당장 제재’보다는 ‘당분간 협상 지속’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은 아프리카연합(AU) 유엔 평화유지군(PKO)으로 구성된 혼성팀 2만3000명 파병을 통한 치안 확보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만의 제재 방안은 당초 4월 부시 대통령이 유대인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연설할 때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 사무총장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발표 시점을 미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유엔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4년간 끌어온 다르푸르 문제 해결책이 향후 몇 주 안에 나오긴 어렵다”며 유엔 주도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결국 미국 주도의 압박정책이 힘을 얻게 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 노선에 우호적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강경 정책을 천명한 상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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