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ush]中기업 해외 적극공략…글로벌 투자 한국 추월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코멘트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 한국법인이 한국에서 신제품 런칭 행사를 가졌다. 칭다오의 작은 가전업체로 출발한 하이얼은 13개 해외생산기지를 갖추고 160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가전메이커로 성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 한국법인이 한국에서 신제품 런칭 행사를 가졌다. 칭다오의 작은 가전업체로 출발한 하이얼은 13개 해외생산기지를 갖추고 160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가전메이커로 성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배울 만큼 배웠다. 이제 직접 세계로 간다.”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이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는 ‘저우추취(走出去)’ 전략을 추진하면서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의 ‘인진라이(引進來·외자유치)’ 일변도의 전략에서 해외시장 공략으로 바뀌고 있다.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한국 기업들의 해외진출 러시와 흡사한 모습이다.》

○ 자신감 바탕으로 이제 세계로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 기업들도 ‘국내용’을 벗어나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도 2005년 16개에서 지난해 20개로 증가했다. 한국(12개)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다.

중국 기업들의 누적 해외직접투자액도 지난해 말 현재 733억3000만 달러로 한국(694억6000만 달러)을 앞섰다. 2000년까지 누적투자액이 37억3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22억6000만 달러와 161억30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석유화학, 유통 등 다양하며 지역도 가리지 않는다. 해외진출 경험이 적기 때문에 해외에 직접 대규모 생산설비를 건설하지는 않으며 브랜드 인지도는 있지만 재정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을 인수하는 형태가 많다.

○ 세계로 뻗는 기업들

2003년 중국 가전업체 TCL은 프랑스 톰슨의 TV 및 DVD 사업부를 인수했다. 2004년 12월 컴퓨터 제조업체 롄샹(聯想·레노보)은 미국 IBM의 개인용컴퓨터(PC)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세계 컴퓨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海爾)의 세계시장 공략도 눈에 띈다. 2000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중국기업으로는 최초로 냉장고 생산 공장을 세웠고 이탈리아 알제리 등 13개 해외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2010년까지는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미 한국에도 진출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장차 한국 내 ‘3대 가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난징자동차는 지난해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MG를 1억 달러에 인수하고 지난달 말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미국 오클라호마에도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상하이자동차는 2005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으며 중국 첸장그룹은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업체 베넬리를 사들였다. 치루이 자동차는 다임러와 제휴해 미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룩셈부르크의 통신사업자 밀리콤 인터내셔널 셀룰러의 파키스탄 사업자인 파크텔 지분 88.96%를 2억84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석유부문에서도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1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등의 석유자산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풍부한 자본을 보유한 중국기업들이 극심한 국내시장의 경쟁을 피해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핵심기술과 브랜드는 보호하면서도 중국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나친 확장전략, 소화불량 우려도

하지만 해외 진출 경험이 적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으로 홍역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

미국 IBM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레노보는 지난해 상반기 순익이 전년 대비 53%나 감소했다. TCL은 톰슨 TV사업 인수 이후 2억300만 유로의 손실을 입었다. TCL은 또 2005년 프랑스 알카텔과 휴대전화 합작법인을 세웠으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사업을 접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앞서 중국 내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것.

신광용 난카이(南開)대 교수는 “중국이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지만 국제경영환경에 무지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톈진(天津) 빈하이(濱海)신구에 국제상업금융센터를 세워 중국 내에서 미리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익히는 인큐베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톈진=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