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FTA후진국’ 탈출 잰걸음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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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FTA, EPA 진행 상황
구분대상 국가
체결싱가포르(2001년 1월)
멕시코(2004년 9월)
말레이시아(2005년 12월)
필리핀(2006년 9월)
칠레(2007년 3월)
태국(2007년 4월)
큰 틀합의인도네시아(2006년 11월)
브루나이(2006년 12월)
아세안(2007년 4월)
협상 중베트남
걸프협력회의(GCC)
한국(2004년 11월 협상 중단)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스위스
자료: 아사히신문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자극받은 일본이 이른바 ‘FTA 후진국’에서 벗어나려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18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정부 간 협상에서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EPA는 주축인 FTA에 노동력 이동, 투자 자유화,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포함시킨 폭넓은 경제협력 체제를 말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아세안 양측은 관세철폐 품목 수 등 세부적인 내용은 좀 더 논의를 해야 하지만, 다음 달 브루나이에서 양측 각료회의를 열어 EPA 체결에 합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본은 광공업 제품과 열대 과일 등 수입액의 92%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아세안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민들의 저항이 심한 쌀은 예외로 할 방침이다.

아세안은 자동차(관세율 30∼80%)와 철강(관세율 10∼50%) 등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90% 이상에 대해 관세를 철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과 아세안 간의 분업생산 구조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만들어 인도네시아에서 반제품화한 뒤 베트남에서 최종조립을 하는 식의 분업생산은 자동차와 평판TV 등을 중심으로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제품이 국경을 통과할 때 관세가 부과되지만, EPA가 체결되면 관세가 없어져 분업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일본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진다.

일-아세안 EPA 원칙 합의로 일본이 주창하는 ‘동아시아 EPA 구상’도 추진력을 얻게 됐다. 동아시아 EPA 구상이란 한국, 일본, 중국, 아세안 10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함께 EPA를 체결하는 방안을 말한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동아시아에서 자유무역 질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일본의 전략이 깔려 있다.

중국은 2004년부터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자유무역(EAFTA) 구상’을 제창하고 있으며, 아세안과는 물품에 관한 FTA를 이미 체결했다.

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가입국과 지역을 하나의 FTA로 묶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역(FTAAP)’ 구상을 제창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8개국과 EPA 발효 및 체결에 합의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를 중시해 FTA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 “FTA 후진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아세안 EPA 원칙 합의는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첫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은 2004년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하자 칠레와의 EPA 협상에 나선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음 달 제1차 협상이 시작되는 한국-유럽연합(EU) 간 FTA가 성사되면 유럽에서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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