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새 내각 “女보시오”

  • 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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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내각은 여인천하.’ 17일 발표된 핀란드 정부의 새 내각에서 여성 장관이 과반을 차지했다. 전체 20명 가운데 12명이 여성이다.

탐페레대의 자나 쿠시팔로 교수는 “여성이 내각의 절반을 이룬 사례는 있었던 걸로 알지만 60%나 되는 과반을 차지한 건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女權) 신장에 앞장서 온 핀란드가 또 한발 앞서 나간 것. 핀란드는 1906년 여성에게 피선거권을 인정한 뒤 이듬해 열린 총선에서 19명의 여성이 의회에 진출했다. 올해는 여성의 의회 진출 100주년이 된다.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당의 마티 반하넨 총리는 4개 정당으로 중도우파 연정을 구성했다. 그는 중도당 몫인 8개 장관직에 여성 5명을 임명했다. 보수당은 8개 장관직을 남녀 4명씩으로 안배했고 녹색당은 2개 장관직을 모두 여성에게, 스웨덴국민당은 남녀 각각 한 명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반하넨 총리는 각료 명단을 발표하면서 “양성 평등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2000년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지난해 재선된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을 비롯해 핀란드 정계는 가히 ‘여인 천하’가 됐다. 지난달 총선 때는 여성 84명이 의회에 진출했다. 200석 가운데 42%로 핀란드 역사상 비율이 가장 높다.

핀란드의 역사는 ‘세계 여권 신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다. 1893년 뉴질랜드, 1902년 호주가 핀란드에 앞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지진 않았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1920년대 들어서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인정했다.

핀란드가 이처럼 여권 신장에 앞섰던 것은 ‘산업화에 뒤져 후진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역설적인 해석이 제기된다. 핀란드는 1906년 당시 농업 국가였다. 기후가 좋지 않아 짧은 기간의 농번기에는 남녀 구분 없이 농사에 매달렸다. 남녀가 하는 일이 별도로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에게 똑같은 권리를 주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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