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日 집단자살, 지독해서? 나약해서?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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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집단자살은 이제 신문의 뉴스거리도 안 된다. 그만큼 다반사가 된 것이다. 2003∼2005년 공식통계에 따르면 집단자살 사건 61건에 사망자는 180명이나 됐다. 자살을 죄악으로 여기는 서구적 시각에선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일본의 집단자살 문화를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 5월호가 집중 조명했다. 필자인 데이비드 새뮤얼스 기자는 10주 동안 일본에 머물며 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경찰 수사본부와 대중문화 현장을 취재했다.》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 10년간 매년 5%씩 상승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만2500명이 자살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1990년대 초의 경제버블 붕괴에서 찾았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나아짐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인다. 특히 집단자살은 해가 갈수록 폭증하고 있다.

최근 주목할 점은 가족이나 애인이 아닌, 인터넷에서 만난 그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동반 자살한다는 것. 특히 인터넷에 자살클럽 같은 게시판이 워낙 활개를 치다 보니 경찰도 단속을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 장소와 방법이 명기된 곳만 규제할 뿐이다.

이 같은 자살문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필자는 우선 일본의 오랜 자살 숭배 역사를 지적했다. 자살을 죄악시하거나 최소한 병적인 현상으로 여기는 서구인과 달리 일본인은 그저 개인 또는 그룹이 각자 판단에 따라 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 정도로 여겼다.

막부시대 사무라이들의 할복자살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자살 공격, 유명 작가들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자살론’에서 일본과 유럽의 사뭇 다른 자살관을 대비시킨 바 있다.

자살문화가 눈에 띄게 부활한 것은 1993년 ‘완벽한 자살 매뉴얼’의 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가지 자살 방법과 적당한 장소까지 소개한 이 책의 저자 쓰루미 와타루(鶴見濟) 씨는 요즘의 집단자살에 대해서도 “인터넷 이전에도 사람들은 편지나 전화를 이용했다. 집단자살은 늘 우리 문화의 일부였다”고 말한다.

필자는 일본의 집단자살을 이슬람 세계의 자살 폭탄테러와 비교하기도 했다. 일본의 자살자들은 좋은 학력과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는 점에서 이슬람세계의 자폭 테러와는 다르지만 치욕을 싫어하고 순교(殉敎)에 동정적인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작가 아노 히데아키(庵野秀明) 씨는 “일본인은 패전 이후 한 번도 어른이 되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빅 대디’의 보호 아래 영원한 ‘아이들의 국가’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자살의 만연을 패전의 상실감에서 찾는 논리는 군국주의 열망의 좌절을 한탄하며 정상국가화를 주장하는 우익들의 논리와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필자는 ‘열정’을 상실한 일본 젊은이들의 하소연으로 글을 맺었다. “일주일에도 두세 차례는 자살 사이트에 들어간다. 사이트에 머물 때면 따분함과 우울함이 사라지고 분명한 목적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곧 죽음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날 것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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