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안 수정… 막판 ‘몰아치기 빅딜’ 나설듯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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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앞 쌀자루 시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기 위해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50여 명의 농민이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 쌀자루를 쌓아 놓고 시위를 벌였다. 한 농민이 항의의 뜻으로 거칠게 쌀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숭례문 앞 쌀자루 시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기 위해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50여 명의 농민이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 쌀자루를 쌓아 놓고 시위를 벌였다. 한 농민이 항의의 뜻으로 거칠게 쌀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노대통령 내달 1일 대국민담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장관급 회담을 하고 있는 한미 양국이 협상 종료를 하루 앞둔 30일 핵심 쟁점에 대한 협상안을 일부 수정해 ‘몰아치기 빅딜(주고받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협상 시한(한국 시간 31일 오전 7시) 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동 3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여부에 관계없이 다음 달 1일 한미 FTA 관련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 협상 타결 가능성 무르익어

28일 한미 FTA 협상단에 따르면 미국은 통상장관급 회담 사흘째인 이날도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25%)를 5년 내에 없애라고 우리 측에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농업 분야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양국의 이견 때문에 30일까지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맨데이트(mandate·위임받은 협상안)를 다시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 타결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이날까지 협상 타결의 최대 걸림돌인 쌀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등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측 협상단의 내부 관계자는 28일 “결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협상 타결 가능성이 8 대 2로 우세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협상을 결렬시키기에는 한미 양국 모두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하대 정인교(경제학) 교수는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커트 통 아시아경제담당관이 워싱턴 고위급 협상에 이어 이번 통상장관급 회담에도 참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미 FTA를 단순한 경제협력 차원 이상으로 생각하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 31일 오전 1시 협상 타결 목표 시한

한국 측 협상단은 30일 오후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동 순방에서 귀국한 뒤 곧바로 청와대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협상 최종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주고받을 ‘빅딜 방정식’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후 5시에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최종 협상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은 내부적으로 31일 오전 1시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른 협상 타결 시한은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전 7시지만 미 협상단이 의회에 협정 체결 의사를 통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6시간 전에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정부는 다음 달 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열어 타결 내용을 상세히 설명할 방침이다.

○ 예상되는 빅딜 고차 방정식

협상단 안팎에서는 한미 양국이 △자동차 관세 조기 폐지 △섬유시장 개방 확대 △무역구제제도 개선(이상 한국 요구) △자동차 세제(稅制) 개편 △농업 개방 확대 △신약 최저가 보장(이상 미국 요구) 등을 1 대 1 또는 2 대 1 형식 등으로 맞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농업과 자동차, 무역구제를 ‘삼각 딜’ 하는 등의 고차(高次)방정식이 나올 수도 있다.

또 개성공단 생산제품 한국산 인정이나 쌀 시장 개방 문제 등 초(超)민감 사안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미 의회나 한국 국회 비준을 의식해 추후 논의하거나 아예 협상 테이블에서 내리는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당초 목표로 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의 주고받기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도하(카타르)=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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