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 더 좋은데로”…귀하신 몸 日직장인 ‘리벤지 이직’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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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복수가 시작됐다?’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꿈을 찾아 전직(轉職)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취업 빙하기라고 불린 1995∼2004년경 대학을 졸업하면서 ‘하향(下向) 취업’을 했던 회사원들이다. 경기 호황이 기업 간의 채용경쟁을 불러오면서 이른바 ‘리벤지(revenge·복수나 설욕을 뜻함) 전직’이 붐을 이루게 된 것. 일부 구인구직 전문업체는 리벤지 전직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나섰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업종이나 회사를 바꾼 전직자수는 346만 명으로 총무성이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통계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는 곤란하지만 예전 일본인의 취직 거품이 절정에 이르렀던 1990년의 290만 명을 크게 웃돈다.

특히 입사 3년 차 이하인 회사원의 전직이 크게 늘면서 ‘돌 위에서도 3년(무엇을 하든 최소한 3년은 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격언이 사어(死語)로 전락했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회사원들이 종전 직장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새 직장에 취업해도 전직자는 통계상 늘어난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전직 붐은 이와 정반대 양상이다.

채용 경쟁이 과열되면서 ‘쓸 만한 대졸 신입사원’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경력사원에게 눈독을 들이면서 어지간한 회사원은 쉽게 ‘상향(上向) 취업’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관련 업종’이라는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영업경험자’, ‘경리경험자’라는 식으로 채용조건을 단순화하는 기업이 늘었다.

고용시장에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해온 여성의 전직이 늘어난 점도 특징. 지난해 남성 전직자는 1만 명이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여성 전직자는 5만 명이 늘었다. 전체 전직자 중에서도 여성이 52%로 남성보다 많았다.

대형 은행을 산하에 거느린 리소나그룹이 출산이나 육아를 이유로 퇴직한 여성사원을 정규직으로 재고용하는 예에서 보듯 여성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배경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다른 통계도 ‘상향 전직’이 주류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후생노동성이 15∼34세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간제 고용직이나 파견사원에서 정규직으로 전직한 근로자의 비율은 2003년 16.7%에서 2005년 19.0%로 늘어나는 추세다. ‘설욕 전직’이 늘어나자 기업들에는 애써 키운 인재를 다른 기업에 뺏기지 않기 위한 비상이 걸렸다.

의류업체 ‘월드’는 지난해 4월 자회사 직원 5000명의 신분을 계약사원에서 정규사원으로 전환해 처우를 개선했다. NTT서일본은 다음 달부터 콜센터 계약사원 4000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할 예정이다.

‘전직을 막지 못할 바에는 아예 기정사실화하자’는 기업도 나온다.

주간지 아에라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워크스애플리케이션스는 인턴실습기간 중 A와 B등급을 받은 인재들에게 ‘다른 회사에 취업해도 각각 5년, 3년 안에만 돌아오면 언제든지 받아주겠다’는 취업보증서를 주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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