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20·끝>캐나다 ‘옵텍’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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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옵텍사는 세계 레이저 측정 장비 시장의 80%를 장악하컘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이 벽에 그려 놓은 검은색 원에 레이저를 발사해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토론토=황진영  기자
캐나다 옵텍사는 세계 레이저 측정 장비 시장의 80%를 장악하컘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이 벽에 그려 놓은 검은색 원에 레이저를 발사해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토론토=황진영 기자
옵텍사가 개발한 ‘ALTM’ 장비를 이용해 독도 지형을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낸 모습. 옵텍사에서 ALTM을 구입한 한진정보통신이 독도 상공 항공기에서 독도의 지형을 측정했다. 사진 제공 한진정보통신
옵텍사가 개발한 ‘ALTM’ 장비를 이용해 독도 지형을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낸 모습. 옵텍사에서 ALTM을 구입한 한진정보통신이 독도 상공 항공기에서 독도의 지형을 측정했다. 사진 제공 한진정보통신
《캐나다 토론토 외곽에 위치한 옵텍사(社)는 적외선 레이저 기술이라는 한 우물만 파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1974년 창업 이후 30여 년간 레이저 기술에만 집중해 세계 레이저 측정 장비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직원은 2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400억 원에 이르렀다. 연간 순이익은 매출의 10%인 약 40억 원. 전체 매출의 95%가 해외 수출시장에서 나온다. 옵텍이 만드는 적외선 레이저 장비는 산이나 바다 속 지형도를 사진만큼이나 해상도가 높은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 창업자인 앨런 카스웰 회장은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지 않고 핵심 기술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규모는 아직 작지만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

○간단한 원리, 복잡한 기술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의 원리는 간단하다. 인공위성이나 비행기에서 산 또는 바다 속으로 동시에 수많은 레이저를 발사한 뒤 반사돼서 되돌아오는 레이저의 시간 차를 이용해 지표면을 그리는 원리다. 이 원리를 이용해 탐사하고자 하는 지형에 수만 개의 레이저를 동시에 쏘면 그 지형이 어떤 모습인지 3차원 이미지로 나타난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화소((화,획)素)가 많으면 해상도가 올라가듯이 한 번에 레이저를 많이 쏘면 더욱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레이저를 동시에 얼마나 많이 쏠 수 있느냐가 핵심 기술.

원리는 간단하지만 기술은 복잡해 레이저 측정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대형 건설사업 등을 할 때 지금까지는 항공기에서 촬영한 사진을 이용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은 나무 등에 가려 땅바닥이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옵텍의 레이저 측정 기술을 이용한 3차원 입체 이미지는 땅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쉽지 않았던 창업 초기

옵텍은 캐나다 요크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앨런 카스웰 씨가 1974년 간호사였던 그의 부인과 함께 창업한 회사다. 카스웰 씨는 적외선 레이저 기술이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교수 직을 박차고 나왔다. 카스웰 씨는 제자였던 대학원생 3명을 설득해 그해 옵텍에 합류하게 했다.

이 회사는 창업 첫해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수심을 측정하는 기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능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상업성이 없었다.

옵텍이 창업 첫해 개발한 장비를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이 기간에 옵텍은 제품 생산은 하지 않고 정부나 기업체에서 발주한 연구 용역을 수주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부업’으로 연구 용역을 수행하면서도 레이저 기술에 대한 연구는 멈추지 않고 창업 첫해 개발한 장비의 성능을 꾸준히 개선해 나갔다. 재닛 애킨스 이사는 옵텍을 ‘참을성 있는 회사(patient company)’라고 표현했다.

KOTRA 토론토무역관 박용민 차장은 “옵텍이 세계 레이저 측정 장비 시장의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확신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달린 결과”라며 “의욕을 갖고 제품 개발을 했다가 그게 시장에서 당장 팔리지 않으면 쉽게 문을 닫는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옵텍 제품 ‘화성탐사선 타다’

옵텍 본사는 주변의 다른 건물과 별로 다르지 않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건물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항공우주국(ESA), 캐나다항공우주국(CSA) 등 세계의 주요 항공우주 관련 기구들이 자주 찾는 기업이다.

우주탐사선이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서는 착륙할 곳의 지형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내는 옵텍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옵텍은 NASA의 2008년 화성 탐사 프로젝트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화성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기 전에 화성 지표면의 지형을 측정해 가장 착륙하기 좋은 곳을 찾는 데 옵텍 제품이 사용되는 것이다.

○연간 매출의 15%가 연구개발비

독창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한 회사답게 지금도 연 매출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40% 정도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자기계발을 하려는 직원들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이다. 직원들이 석사나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 회사는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이 회사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이직률이 1.5%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는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도와주는 회사의 정책도 작용했다고 한다.

창업주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옵텍이 상장을 하지 않는 것도 이익을 직원들에게 돌려주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앨런 카스웰 회장은 “상장을 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이익에 대해 배당을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옵텍이 연구개발에 매달리는 더 ‘절박한’ 이유는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다.

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400억 원대에 머무는 이유는 장비가 너무 비싸 주요 고객인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살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저 지형을 측정하는 장비는 한 대에 45억∼60억 원 정도 하고, 지상 지형을 측정하는 장비는 대당 20억 원 정도다. 해저 지형을 측정하는 장비는 너무 비싸 국내에 한 대도 들어와 있지 않다.

카스웰 회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성능이 더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해 시장을 키우는 게 당장의 목표”라며 “장기 비전은 핵심 기술을 응용해 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회의 1시간 넘기지 마라”

경영 효율성 최우선… 모래시계 놓고 시간관리

옵텍 본사 2층 임원 회의실 탁자에는 모래시계가 놓여 있다.

60분짜리인 이 모래시계의 용도는 임원 회의가 1시간 이상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매주 월요일 정례 임원회의를 시작할 때마다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고 모래가 모두 떨어지면 논의되던 사항이 있더라도 회의를 마친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안건은 1주일 뒤 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를 한다. 이 회사 재닛 애킨스 마케팅 담당 이사는 “긴급한 사안도 아니고 임원들이 충분히 생각해 보지도 않은 사안인데도 이런 사안 때문에 임원회의를 3, 4시간 하던 때도 있었다”며 “이 모래시계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효율성을 높여 준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 회사의 경영 방침은 직원들의 옷차림에서도 알 수 있다. 기자가 옵텍 본사에서 만난 임직원 중 앨런 카스웰 회장 외에는 아무도 정장을 입지 않았다. 카스웰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정장을 입었다고 했다. 회장과의 인터뷰에 배석했던 애킨스 이사는 운동화에 면바지, 빨간색 셔츠 차림이었다.

“오늘이 정장을 입지 않는 ‘캐주얼 데이’냐”고 물었더니 애킨스 이사는 “우리 회사는 매일 캐주얼 데이”라고 했다.

그는 “효율성만 높인다면 격식은 중요하지 않다”며 “편해야 효율성도 올라가기 때문에 복장 규정이 없고 각자 편하게 입으면 된다”고 말했다.

옵텍의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팀원이 다 같이 모여서 회의할 일 등이 있기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회사에 있어야 하지만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은 각자 자율에 맡긴다. 애킨스 이사는 “직원들에게 각자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도록 하는 게 결국은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토론토=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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