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엔화… 日개미군단이 ‘변수’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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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익을 좇아 세계 각지를 떠돌던 엔화자금이 일부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세계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등의 수출 기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엔화자금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지난달 23일까지만 해도 달러당 121.34엔(오후 5시 기준)의 약세를 보인 엔화는 27일 중국발 주가폭락 충격을 거치면서 5일 115.31엔까지 떨어지는 강세를 보였다. 6일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약간 반등(엔화 가치 하락)했지만 일부 전문가는 11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많은 금융전문가는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 하락에 놀란 미국과 영국계 투기자금(헤지펀드)이 주식을 처분해 엔화를 사들여 엔화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헤지펀드들은 지금까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외환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통화로 바꾼 뒤 그 나라의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로 엔저 현상을 주도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계속되더라도 엔고가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의 개미 즉, 아마추어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이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력 경제전문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호에서 개미군단의 힘이 헤지펀드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외환증거금거래(FX)’가 대표적인 사례. FX란 개인이 일정액의 증거금을 맡기고 최고 30여 배까지 외화를 사고팔 수 있는 투기성 높은 금융상품이다.

예컨대 60만 엔을 들여 달러화를 대상으로 10배의 거래를 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에 따라 2개월여 만에 4만5000엔가량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국내 이자율이 0%에 가까운 일본의 개인투자자에게 ‘꿀맛’과도 같은 투자인 셈이다.

여기에는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증거금으로 맡긴 돈의 몇 배에 이르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오랜 엔화 약세에 익숙해진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위험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

FX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1년간 2배가량 불어나 도쿄외환시장 거래량의 20∼30%를 차지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일본과 해외의 금리차가 존재하고 개인들이 거래를 계속하는 한 엔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5일 FX를 다루는 히마와리증권에는 엔화를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이 평소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나며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15.31엔으로 전날보다 2.31엔이나 떨어졌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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