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당 ‘이념분파’ 알아야 대미 외교 보인다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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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는 출범 이래 북한에 대해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며 대북 강경책을 펴 왔고 민주당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부시 행정부는 협상에 의한 해결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는 반면 민주당 내에선 대북 강경책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인사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대북 선제공격론’을 꺼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때만 해도 해외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국익 우선 정책을 천명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무력 점령했고 요즘엔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확산을 외치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 확산은 민주당의 단골 정책 메뉴였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 명분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라고 천명한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부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확장’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요즘 민주당은 그런 의제에 “웬 오지랖이냐”며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외교정책을 보수 대 진보, 매파 대 비둘기파로 파악하는 전통적인 이분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내부 분파가 생겨나면서 넓어진 스펙트럼은 어지러울 정도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커트 캠벨 부소장과 데릭 촐릿 연구원이 양당 내 다양한 외교정책 그룹 간의 차이들을 점검한 논문을 계간 ‘워싱턴 쿼털리’ 겨울호에 실었다. 제목은 ‘새로운 부족주의-파벌과 미국 외교정책 형성’.

○공화당 내 분파들

필자들은 우선 집권 공화당 내 외교정책 분파를 4개로 구분했다. 물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처럼 자신을 이념적 잡종 ‘이상적 현실주의자’로 규정하는 이도 있다.

▽올즈모빌 보수파=100년 이상 생산된 제너럴 모터스(GM) 차량 모델명에서 따온 올즈모빌 보수파는 말 그대로 정통 현실주의자. 국제기구와 동맹을 중시하고 이념을 우선시하는 데 반대하며 군사 개입에도 회의적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의 외교팀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의회 쪽엔 척 헤이글 상원의원이 있다.

▽레이건 공화당파=미국은 특별하다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와 미국적 가치를 신봉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 과감한 군사력 사용을 주장하면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를 불신한다. 수는 적지만 견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정치적 특수부대’로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힘을 잃고 있다.

▽미국 최우선파=이민자로 인한 일자리 상실과 외국인의 국내 자산 소유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 민족주의’ 그룹. 포퓰리스트 정치인이었던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잭스니언’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이민법 개정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면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신념적 개입파=아프리카나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에 적극 개입할 것을 주장하는 ‘십자군파’.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이끄는 ‘사마리아인의 지갑’ 같은 복음주의 단체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내 분파들

민주당 내에도 다양한 색깔의 4개 분파가 있으며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이런 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필자들은 전망했다.

▽글로벌리스트=경제력과 소프트파워를 중시하는 그룹. 유일 슈퍼파워 미국이 지배하는 일극(一極)시대가 아닌 다극(多極)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국제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의 외교정책을 지휘했던 이들은 최근 중국, 인도의 강대국 부상과 지구 온난화 같은 이슈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활기를 찾고 있다.

▽트루먼 민주당파=미국의 군사력을 유용한 외교정책 수단으로 생각하는 ‘진보적 매파’. “미국은 필수불가결한(indispensable) 국가”라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슬로건으로 대표된다. 의회 쪽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탈당한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 같은 인물이 있다.

▽국내 중심파=9·11테러 같은 비상상황에도 국내 문제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그룹. 군사적 개입에 반대하며 국내 산업 보호, 방위비 삭감을 통한 건강보험 빈민층 지원을 주장한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이 주축이다.

▽미국 회의파=미국의 ‘제국주의’ 행태를 경고하는 급진파. 1960, 70년대 신좌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 기업의 유착을 의심하며 민주당 지도부도 기업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판한다. 대학가와 반전단체를 통해 최근 세력을 키워 가고 있다.

○합의를 위한 합종연횡?

양당 내부에 이런 다양한 분파가 생겨나면서 각종 이슈에선 ‘좌우 합작’을 통해 연대할 것으로 필자들은 내다봤다.

△인도주의적 개입 정책에는 신념적 개입파(공화)와 글로벌리스트(민주) △민주주의 확산 정책에는 레이건 공화당파와 트루먼 민주당파가 연대할 수 있으며 △무역·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최우선파(공화)와 국내 중심파(민주)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2008년 대통령 선거는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이 모두 출마하지 않는 미국 역사상 80년 만의 대선이어서 다양한 외교정책 분파가 양당의 틀을 벗어난 ‘포스트 2008 외교정책’ 방향을 잡아 갈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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