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세금폭탄 저성장…” 獨 ‘전문직 엑소더스’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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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승강기 회사를 운영하던 엔지니어 베네딕트 토마(44) 씨는 캐나다 이민을 준비 중이다. 3년 전 학력이 높은 독일인들이 이민을 많이 가는 추세라는 소식을 듣고 ‘다른 곳에 더 밝은 미래가 있다면 굳이 여기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지난해 12월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을 놓고 노조와 지루한 논쟁을 벌이다 고혈압으로 앓아눕게 되자 그는 회사 경영을 접은 뒤 아내와 아들 형제를 데리고 모국을 떠날 결심을 굳혔다.

토마 씨처럼 밝은 미래를 찾아 고국을 등지는 독일인이 늘면서 유럽의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독일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7일 보도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외국으로 이민을 떠난 독일인은 14만4800명으로 독일로 돌아온 사람(12만8100명)보다 1만6700명 많았다. 떠난 사람이 돌아온 사람 수를 앞지르기는 40년 만에 처음이다. 스위스로 이민 간 독일인이 1만44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1만3569명), 오스트리아(9314명), 폴란드(9229명), 영국(9012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의사 기술자 건축가 과학자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민 행렬이 늘어나 국력이 점점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1990년대만 해도 해외 이민의 전형은 옛 동독 지역에 거주하던 젊은 비숙련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아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로 떠나는 것이었다.

베를린 인구 개발연구소 라이너 클링홀츠 소장은 “인원수가 아니라 두뇌 유출이 문제”라며 “15∼20년 안에 은퇴할 사람을 대체할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독일 인재들이 모국을 등지는 이유로는 만성적인 높은 실업률, 경직된 노동시장, 답답한 관료주의, 높은 세금, 거북걸음을 하는 경제 성장률이 우선 꼽힌다.

독일을 떠나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정형외과 의사 프리드리히 뵈트너 씨는 “뉴욕은 기회도 많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반면 독일 의료계의 경직된 관료주의는 젊고 야심 있는 젊은 인재를 붙들어두지 못 한다”고 말했다.

두뇌 유출이 독일만의 걱정은 아니다. 프랑스의 우파 대선 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최근 프랑스인 30만 명이 거주하는 영국 런던에서 집회를 열어 “프랑스를 강국으로 만들자”며 자국민의 귀국을 호소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비율은 2005년 8.4%나 증가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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