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매매 범국가적 감시-처벌 필요” …아시아 인권포럼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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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아시아인권센터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고려대 국제대학원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인권포럼에서 호마윤 알리자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5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아시아인권센터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고려대 국제대학원 등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인권포럼에서 호마윤 알리자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제2회 ‘아시아인권포럼’이 5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아시아 인권 보호체계 수립을 향하여-상업적 아동 성 착취와 대책’을 주제로 열렸다. 이 포럼은 아시아인권센터(이사장 윤현), 영국 국제반노예연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고려대 국제대학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호마윤 알리자데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대표, 위띳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과 아시아 7개국 인권 전문가, 인권단체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허만호 아시아인권센터 소장은 개회사에서 “국제 인신매매 조직과 연계된 아동 성 착취는 처벌이 강해지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초국가적인 감시와 처벌이 필요하다”며 “아동 성 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차원의 항시적 대화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자데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아시아는 지역 인권보호 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유일한 대륙”이라며 “여성과 아동,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인권보호 체제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성 착취 ‘추한 한국인’ 급증=이날 포럼에서는 급증하는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 관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경애(동덕여대 교수) 한국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이사장은 “해외여행이 늘고 2004년 ‘성매매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소위 ‘풍선효과’로 한국 남성의 해외 성매매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의 의뢰를 받아 태국과 필리핀에서 성매매 여성 등 모두 116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해 한국 남성의 해외 성매매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이사장은 “해외에서 성 매수를 하는 한국 남성은 관광객은 물론 어학연수와 유학을 간 10, 20대 남학생들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이들은 유학기간에 성매매 여성을 현지처로 삼아 동거하거나 성 구매를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성매매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 성매매 관광 근절을 위해서는 관광객을 보내는 한국 측에서 수요를 근절시켜야 한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검찰과 경찰이 ‘해외 성매매 방지 전담팀’ 추진을 검토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성매매 근절 대책으로 △정부 차원의 캠페인 △해외 아동 성매매 남성에 대한 해외여행 자유 제한 등 처벌 강화 △여행사, 가이드 등 관광업계에 대한 감시 등을 촉구했다.

▽성 착취 척결을 위한 국제연대 나서야=마리아 빅토리아 자스민 필리핀 관광기준국 국장은 관광산업에서 상업적 아동 성 착취를 보호하기 위한 동남아 각국의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 등의 동참을 당부했다.

자스민 국장은 “동남아 국가들이 2005년 11월부터 호텔과 리조트, 여행 가이드 등을 대상으로 아동 성매매 방지를 위해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캠페인은 법적 효력을 동반해야 하는 만큼 한국 등 주변국과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케이 국제반노예연대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아시아지역 아동 성매매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유럽지역의 인권 관련 지역협력 체제를 소개했다.

12개 회원국의 경찰과 세관원이 배치된 ‘동남부 유럽 협력구상(SECI) 센터’와 유럽 34개국이 서명한 유럽회의 인권협약처럼 인신매매와 아동 성매매에 대한 지역 국가 간 정보 교류와 사법 협력 체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상업적 아동 성 착취와 인신매매 등 현대판 노예제도는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적어도 12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협력과 국가 간 공동 대응이 필수”라고 말했다.

해외 아동 성매매 사법 당국 간의 협조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데이비드 와일드먼 호주 연방 경찰 연락 담당관은 “해외 아동 성매매 가해자로 비판받았던 호주의 경우 해외 25개국에 31개 지부를 설립해 현지 사법 당국 등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면서 해외 아동 성매매 방지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한국이 北인권보호 적극 나서야”

“동남아 지역의 국제 인권보호 체제 설립은 성 착취와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는 물론 탈북자 및 북한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2회 아시아인권포럼 참석차 방한한 태국의 호마윤 알리자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동남아지역사무소 대표는 5일 동남아 지역 인권보호체제 설립을 촉구하며 탈북자 인권 보호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알리자데 대표는 “많은 탈북자가 중국을 거쳐 동남아에 머물고 있음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남아 지역에 인권보호체제가 마련되면 동남아 국가들에 탈북자에 대한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인권을 자국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많은 독재자가 국제사회의 여론에 따라 처벌받았다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인권을 유린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또 알리자데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한국이 북한 인권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인권에는 정치적인 색깔이 배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남북한의 상황은 알고 있지만 대북관계 때문에 한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인권 보호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힘든 근대화시기를 거쳐 정치 경제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 한국이 이제 국경을 넘어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에 기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탈북자 문제 등 아시아 지역 전체의 인권 증진에 한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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