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세계 경제 中-인도로 권력 이동”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코멘트
세계경제포럼(WEF) 개최지인 스위스 다보스에는 개막 하루 전인 23일 오후 늦게부터 큰눈이 내렸다. 올해 포럼의 주요 이슈는 ‘기후 변화’. “한겨울인데도 스키 리조트인 다보스에 눈이 없다”는 현실을 전 세계 지도자들 앞에 부각시키려던 주최 측의 기대는 눈에 파묻혀 버렸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4일 개막 연설에서 예의 ‘지구온난화’에 초점을 맞췄다. 눈이 내리건 안 내리건 올겨울을 뒤흔든 기후 변화의 위기의식은 포럼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으뜸 화두는 기후 변화=올해 다보스포럼의 기조를 알리는 메르켈 총리의 개막 연설은 세계 경제와 환경 문제에 집중됐다. 메르켈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년 안에 미국의 석유 사용량을 20% 줄이겠다”고 밝힌 계획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영국 정부의 경제 고문으로 최근 지구온난화 보고서를 작성한 니컬러스 스턴 경도 “미국이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힘이 이동 중이다”=이번 포럼의 주제인 ‘힘의 이동의 방정식’에 걸맞은 주장들이 회의 초반부터 쏟아져 나왔다. 경제 토론회에 참석한 로라 타이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세계 경제는 이제 더는 미국이라는 단 하나의 기관차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중국과 인도, 베트남, 브라질, 한국 등이 경제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리더들이 갖고 있던 힘은 고객, 주주에게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를 반영하듯 이번 포럼에는 인도가 100명의 고위직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한 반면 미국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 외에 별다른 인사가 눈에 띄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골디록스’ vs. ‘3마리 곰’=포럼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2007년 글로벌 경제’ 토론회에선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타이슨 교수는 미국의 투자 증가, 중국의 소비 증가 등 글로벌 경제의 균형 잡힌 모습이 고무적이라면서 “올해가 또 다른 ‘골디록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디록스 경제’는 동화 속의 소녀 골디록스가 숲 속의 곰들이 요리한 뜨거운 수프, 차게 굳은 수프, 알맞은 온도의 수프를 차례로 맛본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로 경제가 안정 성장 궤도에 들어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론도 제기됐다. 빌 클린턴 정부의 경제 고문이었던 미국의 경제 전문가 누리엘 루비니 씨는 “3마리의 추한 곰이 골디록스의 대문을 노크한다”고 말했다. 3마리 곰이란 △바닥을 치지 않은 주택 경기 침체 △금융 시장의 불안정 △제조업 경기 후퇴 및 유가 재상승의 위험을 의미한다.

▽힘 빠진 중동=이날 오전 중동 국가 출신 토론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중동 문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을 집중 논의하면서 “중동은 또 다른 전쟁을 치를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인다면, 중동 지역 국가들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하는 중동 국가 정상 사이에 어떤 대화나 합의가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말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보였다.

:다보스 포럼: 1971년부터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의 통칭. 제네바대 교수 클라우스 슈바프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 세계경제포럼 주최로 세계 각국 정계와 산업계의 수뇌, 지성인과 언론인들이 세계 경제 발전방안을 논의하며 각종 정보를 교환한다. 매년 2000여 명의 참가자가 약 1주일 동안 산업과 문명 문화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의 의견을 나눠 인류 산업사회의 장단기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깊은 행사로 꼽힌다.

다보스=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