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쓰레기함대의 중국 침공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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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 성 포산 시 롄자오에서 업체 직원들이 영국에서 온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다. 포산 시에서만 한 해 20만 t가량의 영국산 쓰레기를 처리한다. CCTV 인터넷판
중국 광둥 성 포산 시 롄자오에서 업체 직원들이 영국에서 온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다. 포산 시에서만 한 해 20만 t가량의 영국산 쓰레기를 처리한다. CCTV 인터넷판
끝없이 펼쳐진 쓰레기 더미 위에서 중국인 1만5000명이 느릿느릿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도처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검은 연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오고, 썩어 가는 강물에는 갖가지 쓰레기가 둥둥 떠다닌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지난주 방영한 광둥(廣東) 성 포산(佛山) 시 롄자오(聯V) 촌의 풍경이다. 이 촌에는 400여 개의 쓰레기 회수 업체가 있는데 90%는 무허가다. 인근 6개 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포산 시에서는 한 해 20만 t의 영국 쓰레기를 처리한다.

프로그램 방영 후 중국인들은 자국이 영국의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했다. 더욱이 광둥 성은 19세기 중반 영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한 곳이다.

중국 셴다이콰이(現代快)보는 22일 ‘영국의 190만 t 쓰레기함대 중국 침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쓰레기의 중국 반입 실태를 폭로했다.

영국 정부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는 영국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쓰레기 양이 토니 블레어 총리가 취임한 1997년 1만2000t에서 2005년 158배인 190만 t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한 해에 중국이 영국으로 수출하는 액수는 160억 파운드(약 3조 원)에 이르며, 그 대가가 상품을 싣고 간 배에 실려 반입되는 190만 t의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쓰레기의 중국 유입이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데 있다. 베이징천(北京晨)보는 10일 중국 TV 컴퓨터 등 전 세계 전자쓰레기의 70%가 중국에 버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막대한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약하려는 선진국들과 폐품 재활용으로 돈을 벌려는 중국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이 환경오염으로 해마다 입는 경제 손실은 국내총생산의 3%에 이른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주요 의제로 거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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