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기준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것”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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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최근 1월 1일 유럽연합(EU)에 새로 가입한 루마니아의 한 마을 풍경을 소개했다.

이 마을의 농부는 “이제 토마토를 팔지 못할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포장 기계를 살 돈이 없어 EU의 포장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던 것. 도축업을 하는 다른 주민은 이제 전통적인 방식으로 도축을 못하게 됐다며 걱정이었다. 주민들은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EU 보조금을 받으려면 뇌물을 줘야 한다’는 소문도 퍼져 있었다.

빈곤과 인프라 부족에 시달려 온 루마니아 사람들이 ‘EU국민’이 되기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루마니아가 EU국가로서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루마니아만이 문제가 아니다. 27개국은 저마다 동등한 자격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얻었지만 경제,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나라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후발 주자인 중부, 동부 유럽 국가에선 벌써 EU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공산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등 EU 가입에 대한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유로존 확대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2004년 이후 추가 EU 가입국 가운데 유로화를 도입한 나라는 올해 1월 도입한 슬로베니아가 유일하다. 나머지 신규 회원국에선 유로존 가입에 대한 회의론이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다. 물가 상승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는 올해 유로존 가입을 추진했으나 EU의 물가 인상률 기준을 맞추지 못해 뒤로 미뤘다. 헝가리는 2010년으로 세워 놨던 유로존 가입 목표를 뒤로 미뤘고 에스토니아도 유로화 가입 시기를 2010년 이후로 연기했다. 폴란드는 아예 유로화 도입에 대한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아 2010년에야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EU 확대로 인해 △생산거점의 동유럽 이전과 이에 따른 서유럽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 △동유럽 노동자의 서유럽 이민 러시 △이민자 유입에 대한 반발과 이에 따른 극우주의 확대 등의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EU는 50주년을 기념해 ‘1957년부터 함께(Together since 1957)’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붕괴되기 전까지는 이념으로 갈라져 있었고 지금은 경제 격차가 심한 회원국들이 ‘함께(together)’라는 단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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