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미니기업을 가다]<7>오스트리아 ‘프레크벤티스’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오스트리아 프레크벤티스사 로비에 설치된 모의 관제시스템. 헤드폰을 끼고 지시대로 기기를 작동하면 관제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다. 항공관제시스템 분야 1위인 이 회사가 만든 시스템은 고장이나 오작동이 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빈=손효림  기자
오스트리아 프레크벤티스사 로비에 설치된 모의 관제시스템. 헤드폰을 끼고 지시대로 기기를 작동하면 관제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다. 항공관제시스템 분야 1위인 이 회사가 만든 시스템은 고장이나 오작동이 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빈=손효림 기자
프레크벤티스의 음성통신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영국 교통경찰. 이 회사는 항공관제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병원, 소방서, 철도청 등 실시간으로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프레크벤티스
프레크벤티스의 음성통신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영국 교통경찰. 이 회사는 항공관제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병원, 소방서, 철도청 등 실시간으로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프레크벤티스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영국 히스로 공항, 그리고 인천공항…. 매일 수백 대의 항공기가 드나드는 세계의 주요 공항을 ‘소리 없이 움직이는’ 기업이 있다. 오스트리아 프레크벤티스(Frequentis)는 공항관제기관과 항공기 조종사가 교신을 주고받는 통신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정상의 기업이다. 프레크벤티스가 자리 잡은 곳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외곽의 ‘혁신지구’. 혁신지구는 고풍스러운 건물로 꽉 찬 빈 시내와 달리 도로 양쪽으로 최신식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김병삼 KOTRA 빈 무역관장은 “혁신지구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며 “프레크벤티스는 세계 주요 공항은 물론 각국 국방부 등 고객이 먼저 알고 찾아오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한 치의 오류도 없다”

항공기가 이착륙하거나 국경 등을 넘나들 때 조종사와 관제사는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때 음성과 데이터 정보가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를 만드는 것이 프레크벤티스가 하는 일이다.

관제시스템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한 치의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 회사가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뛰어난 기술. 브리기테 시글 홍보담당이사는 “프레크벤티스의 시스템 고장률은 0.0000047%로 사실상 제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7>오스트리아 ‘프레크벤티스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6>덴마크 ‘포스’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5>‘마사이 신발’ 만드는 MBT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4>요트제조 네덜란드 ‘로얄 하위스만’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3>욕실매트제조 체코‘그룬트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2>보청기 제조 덴마크 ‘오티콘’
- [세계 최강 미니기업을 가다]<1> 네덜란드 ‘가초미터’

실제로 독일은 17년 전부터 프레크벤티스의 시스템을 사용해 왔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품질에 대한 명성을 쌓으면서 고객도 늘었다. 현재 독일 내 공항의 90%가 이 회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항공 분야는 테러 집단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항공기 운항 및 이착륙과 관련된 각종 정보가 오가는 관제시스템은 테러 집단에 의한 해킹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시글 이사는 “프레크벤티스는 관제시스템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기기와 장비 같은 하드웨어까지 모두 자체 제작함으로써 외부로부터의 공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앴다”고 말했다. 컴퓨터로 치자면 개별 프로그램은 물론 기기와 윈도 같은 운영 시스템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셈.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하드웨어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해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페그리츠 경영담당 부사장은 “해킹을 하려면 일단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회사 제품은 100% 자체 기술로 만들기 때문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체계를 갖췄다”며 “프레크벤티스를 통하지 않고는 해당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킹, 도청 등 보안과 관련된 문제가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프레크벤티스는 완벽하고 안전한 기술을 확보해 세계 주요 공항은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NASA)까지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세계 65개국에 진출해 있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멕시코 공항에서는 100% 이 회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00년 8000만 유로(약 1000억 원)에서 2005년 1억850만 유로(약 1356억 원)로 올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전체 직원 수도 1991년 115명에서 2007년 현재 621명으로 크게 늘었다.

○기술 중심주의 경영

프레크벤티스의 경쟁력은 ‘기술 중심 경영’이 이뤄낸 열매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621명 중 엔지니어가 400여 명일 정도로 철저히 기술진 위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직원의 절반이 35세 이하로 매우 젊은 것도 특징이다.

페그리츠 부사장은 “관제시스템 시장은 기술경쟁이 치열해 남들이 만들지 못한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기업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직원들이 젊기에 수시로 변화하는 각종 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받아들여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12%를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1990년 세계 최초로 100% 디지털 음성 통신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기술 우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페그리츠 부사장은 “프레크벤티스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공항, 국방부 등 특수한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기술만 확보하면 고객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1947년 설립된 프레크벤티스는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IT 분야에서는 흔치 않은 ‘장수(長壽) 기업’이다.

관제시스템 분야는 기술이 빠른 속도로 변해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한 번의 실수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정기적인 업그레이드와 애프터서비스가 필수적인 시장이어서 고객들이 거래 기업을 선택할 때 ‘앞으로 시장에 계속 존속해 있을 기업이냐’가 중요한 판단 잣대로 작용한다.

페그리츠 부사장은 “‘프레크벤티스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힘”이라며 “201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빈=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경찰 소방서 병원도 반했다▼

족뮴㈉Ζ섹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