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 멈추는 수술…6살짜리 몸으로 남게 된 소녀

  • 입력 2007년 1월 4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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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판 '프랑켄슈타인'인가, 아니면 영원히 자라지 않는 요정인 걸까.

성장이 멈추는 수술을 받아 6살짜리의 몸으로 남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미국의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성장억제 수술을 받은 소녀는 시애틀에 사는 9살짜리 뇌질환성 전신마비 장애인 애슐리 X(성은 공개되지 않음). 태어날 때부터 걷거나 말하지 못했고,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해 가족들로부터 '베개 공주(pillow angel)'라고 불린다. 음식을 먹지도 못해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섭취한다.

문제는 애슐리가 6살이 됐을 때 몸에서 사춘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는 "아이가 더 자라면 외출이 어렵고 주변의 보살핌을 받기도 힘들어진다"며 고민 끝에 의사와 성장억제 수술을 상담했다.

시애틀 아동병원 윤리위원회는 2004년 집중심의를 거쳐 시술을 결정했다.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전무한 상태라면 성장억제 조치도 부모의 권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궁적출술 및 유두 제거, 호르몬 주입 등의 조치가 진행됐다. 그 결과 애슐리의 몸은 키 134㎝, 몸무게 34㎏ 상태에서 멈췄다.

애슐리의 부모는 병원 심의 당시 "시술을 하면 욕창은 물론 자궁암이나 유방암의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매달 생리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폭행을 당할 가능성도 없어진다고 의료진을 설득했다.

그러나 시술 사실은 지난해 10월 소아과학회 저널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간의 존엄성 논란으로 번졌다. 부모의 심정에 동조하는 의견과 "정신지체장애 여성에게 강제로 불임시술이 행해졌던 과거 '우생학'을 연상시킨다"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편리함을 최고로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중대 사건"이라며 부모의 결정을 비판했다. 의료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애슐리의 부모는 최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딸아이는 앞으로 더 많은 여행과 야외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연의 순리대로 놔둬야 한다면 암 환자는 왜 암이 자연적으로 자라도록 내버려두지 않느냐"며 여론의 비난을 반박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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