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그의 이름 쓰기도 싫다? ‘W’로 남은 대통령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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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여성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씨의 글에는 몇 년 전부터 ‘부시’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3일자 칼럼에서도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얼굴) 대통령을 걸고 넘어졌지만 그저 ‘W’라고만 썼다.

동료 칼럼니스트 프랭크 리치 씨는 “(부시 대통령에게) 정신적 결함이 있었는지 모른다(mentally defective)”는 글도 주저 없이 써댄다. 워싱턴포스트 만평에 하루걸러 등장하는 부시 대통령은 차라리 ‘동물원의 원숭이’에 가깝다.

요즘 워싱턴에선 세계의 권부인 백악관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부시 대통령 때리기는 온 국민 스포츠’처럼 돼버렸다.

정적인 민주당 지지자의 부시 비판은 그렇다 쳐도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세력마저 속속 돌아앉는다는 것은 구문(舊聞)이 된 지 오래다.

어쩌다가 미국 대통령이 이토록 무력해졌을까.

몇몇 워싱턴 논객은 미식축구 용어인 ‘응급실 패스(hospital pass)’를 차용해 이를 설명한다.

쿼터백이 적진 깊숙이 공을 던지면 공격수가 몸을 날린다. 받으면 터치다운. 그러나 맹렬히 달려드는 수비수를 감안하면 득점에 성공한 공격수도 몇 초 후 병원에 실려 갈 운명에 빠진다. 이런 상황을 가져오는 것이 응급실 패스다.

2000년, 2004년 2차례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겼다(터치다운에 성공). 그러나 상대 후보와 상대 정당(민주당)을 워낙 ‘상종 못할 괴물’로 만들어 놓은 탓에(응급실 패스를 던지는 바람에) 당선은 했지만(득점은 올렸지만) 국론통합에 실패하고 30%대 지지율에 머무른다(응급실에 실려 갔다). 결국 부시 대통령 자신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분열시켰고, 대통령 직의 신성함을 땅에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날 고향 땅에 묻힌 포드 전 대통령이 받는 찬사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단 한 차례의 선거도 치르지 않고 얼떨결에 백악관의 주인이 됐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갈라진 국가의 통합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추도미사에서 “포드 대통령은 국가가 품성과 겸손함을 요구하던 시점에 등장했다”는 추도사를 남겼다. TV로 생중계된 부시 대통령의 표정은 납덩이처럼 무거워 보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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