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문화 첨병 ‘진시황’ 뉴욕 사로잡다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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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의 중심을 자처하는 뉴욕 문화가에서 요즘 한 편의 오페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이 선보인 ‘시황제’(진시황·영어 원제는 The First Emperor·첫 번째 황제)가 화제의 작품.

영화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쥔 탄둔(潭盾)이 작곡한 이 오페라는 중국을 처음 통일한 시황제를 소재로 했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을, 중국 출신의 작가 하진(哈金)이 탄둔과 함께 리브레토(연극의 대사에 해당)를 맡는 등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호흡을 맞춰 ‘중국색’을 흠뻑 느끼게 한다. 현역 최고의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가 시황제 역으로 출연했다.

이 작품은 21일 첫 공연부터 내년 1월 25일 마지막 공연까지, 제일 비싼 350달러 티켓부터 제일 싼 15달러 티켓까지 한 좌석도 남김없이 매진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자리는 3시간 넘게 선 채로 오페라를 관람하는 ‘입석 티켓’뿐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당일 공연에 한해서만 매일 오전 10시에 입석 티켓을 판매한다.

‘시황제’의 흥행 성공은 값이 싸고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전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중국이 이제는 그 영역을 문화계로 확대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문화 약진의 첨병은 우선 중국 출신의 걸출한 예술가들이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음악을 책임질 탄둔은 오페라 ‘시황제’에서도 북 등 다양한 타악기를 활용한 다채로운 음악 기법으로 뉴욕 오페라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중국계 신예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랑랑(郞郞)의 뉴욕 공연은 거의 언제나 일찍 매진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공연을 관람하기 힘들다.

미술 분야에서도 중국 작가들의 부상은 눈부시다. 올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국 현대작가의 작품 가격 폭등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소더비는 올해 중국 현대작품 경매에서 6000만 달러(약 5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1500만 달러의 4배에 이른다. 소더비의 맞수인 크리스티가 지난달 홍콩에서 실시한 중국 현대작품 경매에서는 총판매액이 6800만 달러에 이르렀다.

회화 분야의 팡리쥔(方力鈞), 왕광이(王廣義), 웨민쥔(岳敏君), 장샤오강(張曉剛)과 조각의 왕두(王度)는 대표적인 스타 작가이다. 이들의 작품 가격은 매년 두 자리 이상 상승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미술품 시장에 중국 부자들 중심의 큰손이 많아진 것도 이유다.

이처럼 중국 예술가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미국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대표선수’로 인식되거나 일본의 위치를 빼앗는 현상도 부쩍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학생들의 유학 패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국제교육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 유학 중인 미국 학생은 6389명으로 전년도의 4737명에 비해 34.9%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에 유학 중인 미국 학생은 4100명이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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