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核 제재’ 안보리 첫 결의

  • 입력 2006년 12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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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 우라늄농축 등 핵 활동 중단을 거부한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대(對)이란 안보리 제재 결의는 처음이다.

그러나 이란은 “즉각 우라늄 농축 활동을 최고 속도로 밀어붙이겠다”며 반발해 서방세계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보리는 이날 채택된 결의를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에 이란의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 및 기술 이전 금지를 요구하는 한편 이란원자력기구를 포함한 단체 11곳과 이란인 12명의 금융자산을 동결했다.

이날 결의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앞으로 60일 안에 이란의 결의 준수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한 뒤, 이란이 결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경제제재와 외교관계 단절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이란 제재결의에 소극적이던 러시아는 막판 협상을 통해 이란 관리들의 여행 제한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는 이란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조항 등을 결의에서 삭제하는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안보리는 당초 이란에 대해 경제지원 등 인센티브 안을 제시하면서 8월 31일까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핵 관련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자 10월부터 본격적인 제재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것인 만큼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 왔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 대표는 결의안 채택 직후 이란 신문 케이한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4일부터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에 3000대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최고 속도로 가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안보리 결의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자바드 자리프 유엔 주재 이란 대사도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시인한 이스라엘이야말로 세계와 중동지역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며 “안보리가 이를 내버려둔 채 이란에 대해서만 제재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반(反)서방 및 자주 노선을 기본 외교노선으로 하고 있는 이란 정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쉽게 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대로라면 ‘마주보고 달리는’ 식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란은 아직까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거나 IAEA 사찰을 거부하는 식의 극단적인 선택은 피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국제사회와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경제난 속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끄는 현 강경보수파 장권이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것도 부담 요인이다.

이란은 이번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로 중요한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세계 2위 산유국이 펼치는 아슬아슬한 벼랑 끝 게임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제 원유시장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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