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시장에 핵기술 팔고…中 견제하고…美,인도와 核동맹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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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에 빚어진 갈등을 마침내 끝장내는 역사적 순간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미-인도 핵협력 협정에 서명하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자신감을 회복한 듯 그는 “이제 미국과 인도는 공통의 가치 속에서 굳건하게 결속됐다”고 강조했다.

미-인도 핵협정이 부시 대통령이 표현한 것처럼 긍정적 평가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질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역사적’ 사건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평가다.

▽미-인도 밀월시대=이 협정에 따라 인도는 22개 핵시설 가운데 14곳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대상으로 개방한다. 군사용 핵시설로 추정되는 8곳은 사찰 대상에서 제외됐다. 1974년과 1998년 핵실험을 통해 실질적 핵보유국이 된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이다.

대신 미국은 인도에 전력생산용 핵기술과 핵연료의 판매를 허용한다. 미국의 원자력법은 NPT 미가입국에 대한 핵기술 이전을 금지하고 있으나 미 행정부는 이 법도 곧 수정할 예정이다.

외교적 긴장 관계의 근원이었던 핵 갈등이 풀림으로써 민간 교역은 물론 군사·과학기술 협력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미국산 잠수함, 전투기 수입을 계획 중이고 미국은 2008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발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명분보다 실리”=핵물질 비확산은 미국 외교안보정책 목표의 핵심. 그럼에도 비록 산업용에 국한했지만 미국이 인도에 핵 협력을 제공하기로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인도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다. 지난달 미국은 역사상 최대 규모인 250명의 통상사절단을 인도에 보냈다. 웨스팅하우스, GE, BMX테크놀로지 등 미국 내 핵에너지 산업 분야 14개 업체 소속 30명의 대표단이 포함됐다. 미 업체들은 인도의 핵에너지 시장에 앞으로 20년간 1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와의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도 미국이 인도를 껴안은 주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당초 의회 통과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됐던 핵 협력 협정을 미 상하원은 최근 압도적 표차로 인준했다.

인도로서도 얻을 게 많다는 분석이다. 인도는 매년 7%의 고속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전력 생산의 80%를 화석연료 발전소에 의존하는 낙후된 산업구조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의 핵 협력을 통해 현재 3900MW인 원자력 전력 생산을 2020년까지 2만 MW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대응=인도와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파키스탄과 인도의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은 최근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공동으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도 개발하고 군사용 전자장비와 기술 개발을 위한 방위전자단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전투기 공동생산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올해 초 파키스탄에 325MWh급 규모의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이란에도 영향을 미칠까=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은 18일 “이번 협정은 인도라는 독특한 사례에만 국한되는 것으로서 다른 나라로 비슷한 협정을 확대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를 ‘예외’로 인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인도는 한 번도 핵기술을 외부로 유출한 적이 없으며 인도의 인구를 감안할 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지구 환경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올여름 인도의 2개 기업이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다며 이들을 제재한 바 있다. 인도가 핵연료를 마음껏 수입할 수 있게 되면 한 해에 4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군비통제연합회의 대릴 킴벨 연구원은 “NPT 체제를 어긴 나라에 예외를 두는 것은 핵 확산 금지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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