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돌아온 정선의 그림은 1924년 한국을 방문한 노베르트 베버 당시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수집해간 작품으로, 조선시대 이성계가 거주했던 함경도 함흥 궁궐내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咸興本宮松)', 강가에서 선비와 동자가 앉아있는 '야수소서(夜授素書)'등 폭 29.5cm 높이 23.5cm 크기의 작품 21점을 화첩형태로 묶은 것이다.
이 화첩을 국내로 들여온 베네딕도회 소속 왜관 수도원 선지훈 신부는 "모사본을 제작해 반환하고, 도록발간사업을 추진하며, 수도원 내 박물관을 건립해 화첩을 전시한다는 조건 아래 오틸리엔 수도원으로부터 영구임대했으며 현재 왜관 수도원에서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선 신부는 1990년 독일 뮌헨 유학시절 겸재의 화첩이 독일 수도원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꾸준히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에 반환을 청원해왔다. 그는 "처음에는 화첩을 돌려주려 않으려 했지만 '교회적 모범을 보여달라'고 설득하자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틸리엔 수도원 측은 그림의 출처와 관련, "한국에 머물던 노베르트 전 수도원장이 1925년 명동성당 인근 골동품상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는 후문.
그림을 직접 확인한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겸재는 주로 진경산수화를 잘 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화첩은 정선의 원숙한 인물화 실력이 잘 드러낸다"며 "겸재의 인물화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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