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원 소장 겸재 그림 21점 환국

  • 입력 2006년 11월 22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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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는 겸재 정선(鄭敾·1676~1759)의 희귀 그림 21점이 유출된지 80여년만인 지난해 국내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경북 왜관의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은 22일 "독일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이 소장하던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21점이 화첩형태로 지난해 10월 한국에 돌아왔다"며 "오틸리엔 수도원의 한국진출 100년이 되는 2009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돌아온 정선의 그림은 1924년 한국을 방문한 노베르트 베버 당시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수집해간 작품으로, 조선시대 이성계가 거주했던 함경도 함흥 궁궐내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咸興本宮松)', 강가에서 선비와 동자가 앉아있는 '야수소서(夜授素書)'등 폭 29.5cm 높이 23.5cm 크기의 작품 21점을 화첩형태로 묶은 것이다.

이 화첩을 국내로 들여온 베네딕도회 소속 왜관 수도원 선지훈 신부는 "모사본을 제작해 반환하고, 도록발간사업을 추진하며, 수도원 내 박물관을 건립해 화첩을 전시한다는 조건 아래 오틸리엔 수도원으로부터 영구임대했으며 현재 왜관 수도원에서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선 신부는 1990년 독일 뮌헨 유학시절 겸재의 화첩이 독일 수도원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꾸준히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에 반환을 청원해왔다. 그는 "처음에는 화첩을 돌려주려 않으려 했지만 '교회적 모범을 보여달라'고 설득하자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틸리엔 수도원 측은 그림의 출처와 관련, "한국에 머물던 노베르트 전 수도원장이 1925년 명동성당 인근 골동품상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는 후문.

그림을 직접 확인한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겸재는 주로 진경산수화를 잘 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화첩은 정선의 원숙한 인물화 실력이 잘 드러낸다"며 "겸재의 인물화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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