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독도 시마네현 편입' 허구성 자인

  • 입력 2006년 11월 20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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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905년 단행된 독도 시마네(島根) 현 편입 조치의 불법성과 '독도 고유 영토설'의 허구성을 사실상 자인했다.

일본 외무성은 1877년 메이지(明治) 정부가 '독도와 울릉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고 확실히 인정한 '태정관 지령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해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태정관 지령문이란 메이지 시대의 최고 국가기관이었던 태정관(太政官·다조칸)이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 영토인지를 조사한 뒤 1877년 3월 "독도와 울릉도는 일본 영토와 관계가 없으니 명심하라"고 내무성과 시마네 현에 지시한 공문서다. 한국 학계는 이 문서를 일본 정부가 독도를 조선 영토로 공식 인정한 '결정적 사료'로 보고 있다.

외무성의 이 같은 궁색한 답변은 "태정관 지령문이 사실이라면 '늦어도 17세기 중반에는 일본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해 영유권을 확립했고 1905년 각의 결정을 통해 영유권을 재확인했다'는 일본의 주장은 완전히 허구가 아니냐"는 국내 학계의 지적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합뉴스는 올해 9월 중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자민, 민주, 공산, 사민, 공명당 대표 앞으로 '1905년 일본 각의의 독도 시마네 현 편입 결정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다.

주된 질의 내용은 △'태정관 지령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문서인 태정관 지령문에 대해 지금까지 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는지 △태정관 지령문에 따르면 '17세기 중반까지는 독도 영유권을 확립했다'는 일본정부의 주장은 허구가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1905년 일본각의의 독도 시마네현 편입 결정 문서는 태정관 지령문을 변경시키는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태정관 지령문을 검토한 흔적이 전혀 없는데 이것이 의도적인 행위였는지 등이었다.

질의서에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돼 있는 태정관 지령문 복사본(B4용지 14쪽)을 첨부했으며 각 정당에는 태정관 지령문 내용에 대해 국회에서 정부에 질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질의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수차례나 "검토 중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계속 답변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다가 질의서를 보낸 지 60여일 만인 11월 13일 △"태정관 지령문의 존재는 알고 있다" △"그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해서는 지금 조사, 분석 중이어서 현 시점에서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코멘트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일본정부가 태정관 지령문의 존재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양국은 1950년대 초 독도 영유권을 놓고 정부 차원에서 문서를 주고 받으며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태정관 지령문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자민당은 10월 18일 "자민당 차원에서 (태정관 지령문에 대해) 통일된 정식 견해가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답변을 보류한다. 자민당 입장은 기본적으로 정부 견해에 준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태정관 지령문이 "일본 국내적으로 (독도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고) 말했지 한국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태정관 지령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공산당은 9월 30일 보내온 답변에서 "일본이 메이지 시대에 독도가 일본 영토와는 무관하다고 인정한 태정관 지령문의 존재를 알고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이 있으며 태정관 지령문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산당의 이 같은 답변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민주, 사민, 공명당은 답변을 끝내 회피했다.

국내 학계는 일본 정부가 현재 국립공문서관에 엄연히 보관돼 있는 태정관 지령문에 대해 "조사, 분석 중이어서 현 시점에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밖에 답변하지 못한 것은 결국 태정관 문서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큰 타격이 된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독도문제 전문가는 "이미 1980년대 초 일본에서 존재가 알려진 태정관 지령문을 일본 정부가 '알고 있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면서 "그런데도 외무성이 '조사 중'이라고 한 것은 태정관 문서가 한국에 결정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애매모호한 일본식 언어 사용으로 답변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외무성의 이 같은 답변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일본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해 영유권을 확립한 이전에 한국이 독도를 실효 지배했음을 나타내는 명확한 근거를 한국 측이 제출한 적이 없다"고 버젓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호언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일본 정부와 어용학자들은 그동안 태정관 문서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은폐, 왜곡함으로써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국민까지 기만해 왔다"면서 "이 문서를 은폐해온 이유는 일본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독도 고유 영토설'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정부는 문서 내용을 인정할 경우 1905년의 독도 편입이 태정관 문서를 무시한 채 자행된 제국주의적 약탈 행위로 원천적으로 무효임을 자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령문 자체를 인정하거나 그렇다고 반론을 펴거나 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일본이 태정관 문서를 상쇄시킬 수 있는 기록을 억지로 들고 나오거나 관련 사실을 '날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석우 인하대 교수(국제법)는 "한일 간의 독도 영유권 논쟁을 국제법상으로 봤을 때 한국은 1905년 일본이 독도를 편입했을 당시 독도가 한국 영토였음을 반드시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태정관 지령문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는 결정적 문서이자 반대로 일본에게는 '아킬레스건' 같은 문서"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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