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퇴장, 이라크는… “철수땐 분쟁 더 번져” 딜레마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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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워싱턴에선 장관 경질은 이라크 정책 선회를 위한 포석이라기보다는 감당할 수 없이 인기가 추락한 럼즈펠드 장관으로는 더는 국방정책에 여론의 지지를 모으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수주일 전부터 백악관 참모들과 장관 경질을 논의해 왔으며 1일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추천한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5일 텍사스 목장으로 불러 만났고 선거 당일인 7일 럼즈펠드 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사임 결정을 통보했다는 것.

“장관 경질은 (이라크전쟁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저항세력의 성격 파악 실패, 포로 및 수용소 피수감자 처리 과정에서의 잡음 등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백악관 관계자의 설명도 이라크 정책의 근간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폴 울포위츠 부장관이 세계은행 총재로 옮긴 데 이어 럼즈펠드 장관마저 경질됨으로써 미 국방부에서 이라크전쟁을 기획한 고위직 민간인은 대부분 떠났다.

하지만 새 펜타곤 지휘부 역시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감군으로 정책 선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경우 종파 간 유혈분쟁이 더 심해질 것이란 지적에는 별다른 반론을 내지 못한다.

역시 럼즈펠드 장관을 비판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장관 경질은 환영하면서도 “이라크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것으로 오해돼선 안 된다”며 오히려 전력 증강을 촉구하고 있다.

네오콘들은 2003년 후세인 정권 붕괴 직후부터 “럼즈펠드 장관이 첨단 신병기, 전력 경량화에 치중하느라 육군을 홀대한 결과 이라크의 질서를 유지할 병력 자체가 부족해졌다”며 비난해 왔다. 럼즈펠드 장관은 강경 보수파지만 네오콘과는 뿌리가 다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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