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심문법은 최악의 反인권법”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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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 위해17일 미국 백악관에서 ‘군사위원회법’에 서명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 법은 제정 단계 때부터 여러 독소조항 때문에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국가 안보 위해
17일 미국 백악관에서 ‘군사위원회법’에 서명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 법은 제정 단계 때부터 여러 독소조항 때문에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인권 수호 위해미국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가 17일 ‘군사위원회법’ 서명에 맞춰 백악관 앞에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수감자가 고문받는 모습으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워싱턴=AFP 연합뉴스
인권 수호 위해
미국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가 17일 ‘군사위원회법’ 서명에 맞춰 백악관 앞에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수감자가 고문받는 모습으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워싱턴=AFP 연합뉴스
《‘그는 5년간 한 번도 정식 재판을 받지 못했다. 아랍방송 알 자지라의 카메라맨인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를 찍었다는 혐의로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아랍인이 실제 용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수용소 측은 이번에는 알 카에다를 도운 혐의를 불라고 종용했다.

그는 발로 차이고 얻어맞고 굶었으며, 영하의 온도 속에 서 있어야 했다. 공개적으로 항문 검사를 받는 치욕도 당했다. 심문 과정에서 무릎 인대를 다쳐 쭈그려 앉는 변기를 쓸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5년 동안 심문과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 그에게서는 어떤 범죄 혐의도 나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가 최근 ‘미국의 수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언급한 새미 알 하지 씨의 사례다.》

테러 용의자를 수감하는 관타나모 수용소와 미국중앙정보국(CIA) 비밀감옥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이슈의 하나. 이를 외면하듯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7일 서명한 ‘군사위원회법’에 인권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 법에는 테러 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워 조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제네바 협약의 의미를 재해석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이 6월 ‘관타나모 수용소의 특별군사법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이를 외면한 법안에 서명을 강행한 셈이다. 부시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위원회법은 강압적으로 얻은 증거의 효력까지 인정하기에 ‘고문을 묵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감자들이 일반 법정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점, 비밀감옥의 존재를 인정한 점, 수용자의 인권이 대통령 한 사람의 손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도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독소 조항으로 지적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19일 성명을 내 “여러 의문을 낳는 군사위원회법에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야코프 켈렌베르커 ICRC 회장은 “법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가 모호하며 구체적인 내용이 국제적인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 자유인권협회가 ‘사상 최악의 반(反)인권적 법’이라고 비난한 것을 비롯해 많은 인권 사회단체도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20일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적으로 규정하는 누구라도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헌적인 법률이며 미국 사법제도의 근간을 갉아먹는 위험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아랍권의 반발이 강경한 데다 유럽 국가들도 못마땅한 반응을 내놓고 있어 향후 법 시행 과정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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