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주역]“과거사 들이대도 고개 안숙이고 반발”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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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대들은 한국이나 중국에 ‘원죄의식’을 갖고 있어 한 수 접어주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전후세대 정치인들에게는 그런 기대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고바야시 요시아키(小林良彰) 일본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그런 점에서 한국도 일본의 전후세대를 폭넓게 이해하지 않으면 양국관계가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전후세대 정치인들은 윗세대들과는 달리 ‘보통국가’ 일본을 당당하게 지향한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장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한다. 한국이건 중국이건 ‘페어플레이’의 경쟁 상대로만 본다고 그는 얘기했다.

그는 나아가 이런 전후세대의 특징이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 정치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질적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전후세대 정치인들은 한국과 중국이 과거사를 들이대면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반발한다. 문제는 일본 인구의 70% 이상인 전후세대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 정권은 이 흐름을 잘 탄 것이다.”

그는 전후세대 정치인들은 출신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지방 출신이 밑에서부터 시작해 정치인이 됐다면 지금은 도쿄에서 태어나 관료가 됐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이 적지 않다. 유학파도 꽤 있다. 따라서 관료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다.”

이제는 정치가 관료 위에 서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정권의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전체 정치가 확연히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일본에서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서로를 잘 알기 위한 노력,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립할지라도 시민 간 상호이해를 증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 아베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 통로가 필요하다. 사적인 관계라도 좋으니 서로 터놓고 대화할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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