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2사단에 역할 넘기고 “굿바이 코리아”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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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 8군 사령부의 해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29일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 8군 사령부의 해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미국 국방부가 주한 미 8군 사령부를 2008년까지 해체하기로 방침을 굳힌 배경에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환수 이전에 주한미군의 대대적인 개편을 끝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28일 서울 용산미군기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8군 사령부의 해체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국 국방부는 “이는 미 육군 재편의 일환이며 전시작전권 환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8군 사령부의 해체는 전시작전권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고, 벨 사령관이 해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2012년 환수안’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미군 재편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시작전권 문제와 연결=주한미군에 따르면 미 8군 사령부는 2008년까지 작전지원사령부(UEy)로의 개편이 확실시된다. 이는 미래 전장에 대비한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검토(GPR) 및 육군 재편 계획에 따른 것이다. 미군의 전시작전권 이양 계획이 GPR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8군 사령부 해체도 전시작전권 이양 계획과 무관할 수 없다.

미국은 모든 미군을 첨단무기와 기동성을 갖춘 부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군 구조를 개편 중인데 이에 따르면 미 8군 사령부를 비롯한 육군 예하의 6개 사령부가 UEy로 개편된다.

UEy는 기존 사령부보다 넓은 지역에 대해 작전 책임을 맡게 된다. 따라서 6·25전쟁 이후 작전 책임이 한반도에 국한됐던 미 8군 사령부가 UEy로 개편되면 하와이로 옮겨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다른 지역의 작전 책임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해체설 제기=미 8군 사령부의 해체설은 지난해 미 2사단이 미래형사단(UEx)으로 개편을 끝낸 이후 계속 제기돼 왔다. UEx는 유사시 증원전력을 포함해 5, 6개의 여단급 전력을 운용하는 작전사령부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상징하는 부대이기도 하다.

육군 위주의 미 2사단이 항공전력을 비롯한 독자적 전투능력을 갖춘 UEx로 재편되면서 미 8군 사령부가 거느리던 많은 지원부대가 미 2사단에 흡수됐다. 이 때문에 미 8군 사령부는 수백 명의 요원만 남은 ‘껍데기 사령부’가 돼 버린 것이다.

벨 사령관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 8군 사령부는 이제 ‘전쟁수행본부’가 아니다”고 말한 것도 미 8군의 이 같은 변화를 지적한 것이다.

▽주한미군 지휘체계 개편=미 8군 사령부가 2008년까지 해체되고 2009년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지휘 체계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현재의 주한미군 지휘체계가 대폭 간소화되고 주한미군 사령부는 주한 미 합동군사령부(USJFT-K)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미 8군 사령부의 작전 통제를 받아 온 미 2군 사령부도 USJFT-K로부터 직접 작전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USJFT-K가 만들어지면 UEy로 개편된 미 8군 사령부가 그 아래로 들어가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의 전개와 배치 임무를 전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8군 사령부가 UEy로 바뀐 뒤 별도로 존재할지, USJFT-K의 예하부대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8군 사령부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예하 정보부대와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와 같은 전력은 한국에 계속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미군은 해·공군 위주의 지원에 주력하면서 미 7공군 사령부는 2009년까지 최신 기종의 전투기와 프레데터나 글로벌호크와 같은 첨단 무인정찰기(UAV)를 갖춘 한반도 공군전투지휘본부(AFKOR WFHQ)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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