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장거리 미사일 '스키프' 개발

  • 입력 2006년 9월 20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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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러시아 서북쪽 아르한겔스크 주.

북극 항해를 앞둔 핵잠수함 예카테린부르크 호(K-84) 앞에서 이색적인 선물 전달식이 열렸다. 블라디미르 마소린 러시아 해군 사령관은 K-84함장인 세르게이 라두추크 대령에게 작전 성공을 기원하는 시계를 건네며 "임무를 완수하면 금으로 만든 시계를 더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K-84는 북극 연해에서 얼음을 뚫고 올라와 최대 사정거리 1만km의 장거리 미사일(SLBM)인 '스키프'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러시아 핵잠수함의 SLBM 발사는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알려졌다. 러시아 해군은 7일에도 사정거리 8000km인 '불라바' 미사일을 쏘았으나 발사 직후 경로를 이탈해 북극해에 추락했다.

"라두추크가 받은 금시계는 '미국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러시아 군부의 초조감을 대변한다." 모스크바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내년부터 재래식탄두 장거리 미사일개발 경쟁 점화=지난달 미러 국방장관 회담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되는 핵탄두를 재래식으로 교체하자"고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

이 제안이 나오자 러시아 군부 내부에서는 "신형 전투기 개발을 미루더라도, 정밀 폭격 능력을 갖춘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미니트맨3'와 '트라이던트2'에 맞대응할 무기를 우선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러시아 군사잡지들도 "국지전에서 사용될 신형 장거리 미사일은 핵탄두 탑재 미사일과는 달리 정밀도가 높아야 하며, 전투지역에서 벗어난 안전한 곳에서 쏠 수 있도록 발사 기술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전투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트리이던트2의 오차 범위는 1m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미사일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위성항법체계인 'GLONASS'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의 GPS에 대응하는 이 신기술을 실전에서 이용해야 장거리 미사일의 탐지 및 발사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내년까지 군사 위성 24기를 띄워 올려 위성항법체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나톨리 츠가노크 모스크바 정치군사연구소장은 "원래 미국의 의도는 러시아군이 보유한 핵무기를 줄인다는 것이었지만, 이와 무관하게 내년부터 미러 양국간 장거리 미사일개발에 따른 군비 경쟁이 본격 점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술핵무기 폐기 선언도 물거품?=러시아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때까지 핵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군 고위 인사들은 "미국이 쏜 미사일이 핵무기이든 재래식이든,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순간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주 "러시아 해군의 핵 잠수함 8척 중 3척이 다목적용"이라고 공개했다. 주간지 블라스티는 "다목적용에는 전술핵무기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며 "'모든 전투함에서 전술 핵을 제거하겠다'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선언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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