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발발 배경]태국 국민들 “올것이 왔다”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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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이후 19차례의 군사 쿠데타를 겪어온 태국이 또다시 쿠데타로 혼미에 빠져들었다.

이번 쿠데타는 1월 탁신 친나왓 총리 가족이 통신주 매각으로 막대한 부정 이득을 본 사실이 알려진 뒤 반 년째 정정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터져 나왔다. 태국 국민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월 탁신 총리 일가가 태국 최대 이동통신기업인 ‘친 코퍼레이션’의 주식 49.6%를 싱가포르 국영기업에 19억 달러에 팔아 엄청난 이득을 챙긴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이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자 태국 국민의 분노는 대규모 시위사태로 이어졌다.

탁신 총리는 2월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4월 2일 조기총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노림수였다. 그러나 야당의 거부 캠페인으로 총선에서 기권표가 쏟아졌다. 처음 승리를 선언했던 탁신 총리는 다음 날 국민의 정신적 기둥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만난 뒤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달아오른 정국도 해결의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탁신 총리는 어물쩍 총리직에 복귀했다. 50여 일 동안 해외에 나가 있다 5월 말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했다.

민심은 다시 동요했다. 8월 24일에는 경찰이 총리관저 근처에서 폭발물이 숨겨진 차량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5명 이상의 군 관계자들이 체포됐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자작극’이란 비난을 쏟아냈다.

정치 혼란이 지속되자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하드디스크 생산업체인 시게이트, 메모리칩 생산업체인 인텔사 등이 태국에 지을 예정이던 공장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에 짓기로 했다. 국내외 신규 투자도 상반기에 53%나 감소했다.

이런 와중에 탁신 총리는 사임 의사를 흘리다가 다시 정치 일선에 모습을 보이는 교묘한 줄타기로 위기를 피해 왔다. 14일에 “11월 다시 총선을 실시한 뒤 사임을 고려하겠다”고 밝히자 민심은 폭발했다. 총리의 최대 비판자인 언론인 손디 림통굴 등이 대대적인 집회를 열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군부는 15년 만에 쿠데타를 감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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