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작전권 조기반환은 청와대-펜타곤 합작품”

  • 입력 2006년 8월 16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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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 겸 일본팀장은 워싱턴에서 '백악관 사정에 가장 정통한 민간인'으로 통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01년 초 백악관에 입성했고, 지난해 12월까지 만 5년간 아시아담당 보좌관 및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안보정책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에서 백악관의 풍향을 감지하려 하곤 한다. 미국식 '전관예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CSIS는 중도 성향의 싱크탱크. CSIS는 9월 워싱턴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를 14일 오후 워싱턴 시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에 왜 동의했나.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대단히 신중했었는데.

"워싱턴은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라는 원칙에 합의했다. 지난해 9월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합의문이 만들어진 이후 백악관과 국방부가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사일을 쏜 상황에서 이렇게 빠르게 반환 협상이 진척되는 것은 북한에게 엄청난 보상(reward)을 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전권반환은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재설정과 함께 북한의 3대 요구사항 아닌가. 내가 행정부에 있다면 '작전타임(time out)'을 불러야 한다고 조언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그런 협상 속도에 동의한 것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국방부다. 미국이 작전권 반환 시점을 2009년으로 잡고 있다고 언론에 흘린(leak) 것도 국방부다. 그러나 2009년이란 시점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한 워싱턴의 최종 컨센서스(hard consensus)가 이뤄지지 않았다. 펜타곤(미 국방부)이 너무 빨리 끌고 간다. 대단히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왜 미 국방부가 서두르나.

"청와대와 미 국방부의 합작이다. (웃으면서) 두 기관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다. 청와대는 자주권을 되찾는 형식으로 점수를 올리고 싶어 한다. 펜타곤은 주한미군을 빼내 이라크에 보내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군대를 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펜타곤은 주한미군기지 환경비용 부담, 공군사격장 문제, 평택기지이전 등 모든 동맹현안이 꼬인 것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그린 선임고문은 청와대와 국방부의 성급한 진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는 또 "내가 국방부를 굳이 공격하려는 뜻은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온 주한미군 감축에 한국은 대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작전권 반환이다'라고 추진이유를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고 있다. 한중일 3국의 갈등, 북한의 상황악화를 고려한다면 완전히 잘못된 신호를 주변국에 보내는 일이다."

―현재의 논란은 작전권 반환이 주한미군의 감축, 특히 지상군 대폭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은 한국 주둔의 전략적 이익 때문에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 대통령의 말 자체는 맞다. 그러나 필리핀의 기지 철수를 앞두고도 비슷한 논리가 등장했었다. 미 의회가 철수결정을 두고 언제나 이성적이고 전략적으로 판단할지는 모르겠다."

―한 10년 쯤 뒤에는 주한 미 지상군이 완전 철수할 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지상군 완전철수는 (한국에) 나쁜 일이다. 그러나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의회가 예산 등의 관점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모르겠다."

―9월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어떤 자리가 될 것으로 보는가.

"두 정상은 북한을 향해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공개 로비'를 하려 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은 한국인에게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이러이러한 것들을 요구하겠다'고 공개 천명한 뒤 정상회담장에서 로비를 시도했다. 그런 회담은 별로 성공적일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이 기본이지만, 북한을 보는 눈은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동맹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주적(主敵)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면 동맹을 같이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많은 공통의 가치가 있다. 이런 차이는 관리가 가능하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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