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디자인 세계는 지금]<4·끝>美 ‘유치원도 투자교육’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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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설 경제교육단체인 JA 뉴욕지부의 경제교육 현장. 어린이들이 음악과 놀이 등을 통해 투자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미국에서는 민간단체와 정부가 함께 다양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의 사설 경제교육단체인 JA 뉴욕지부의 경제교육 현장. 어린이들이 음악과 놀이 등을 통해 투자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미국에서는 민간단체와 정부가 함께 다양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뉴저지 주에 사는 데이비드 존스턴(18) 군은 올해 뉴욕대 의대에 입학한다. 사립 중고교에 다닌 그는 6년 내내 투자클럽에서 활동했다. 존스턴 군은 “현금보다 주식, 채권 같은 금융자산을 소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미국의 연금제도인 ‘401K’를 통해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대다수 미국인이 그러는 것처럼. 》

‘금융 강국’ 미국의 국민은 어릴 때부터 투자교육을 받는다. 직장인들은 자연스레 월급의 일부를 떼어 펀드에 넣어 노후를 대비한다.

○ 금융교육, 초등학생 때도 늦다

15세 정도 돼 보이는 딸이 아버지에게 말한다.

“500달러만 주세요.”

“뭐하게?”

“주식투자 하게요.”

미국 TV에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한 온라인 증권회사 광고의 일부분이다.

한국이라면 이 광고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미성년자가 주식투자를 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증권 관련 회사 광고에 미성년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투자에 대한 두 나라의 시각차가 크다는 뜻이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생산’한 물건을 가져와 파는 ‘시장놀이의 날’을 정기적으로 연다. 고학년들에게는 학교에서만 통용되는 가짜 돈으로 모의 주식투자를 하게 해 결과에 따라 상도 준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올라가면 투자교육의 강도와 수준이 점점 높아진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도 늦다며 유치원생에게까지 투자교육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에릭 헨드릭슨 홍보이사는 “얼마 전 세서미 스트리트(어린이 인형극 등으로 구성된 미국의 유아 프로그램)에 메릴린치 직원이 출연해 경제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개인의 풍요로운 삶은 물론 국가의 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 금융교육 열풍 확산

미국의 청소년 경제교육의 역사는 벌써 90년이 넘었다. ‘JA(Junior Achievement·청소년의 성취)’ 같은 사설단체는 1914년부터 경제교육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미국도 1999년 증권거래위원회 아서 레빗 의장이 “미국은 금융문맹 국가”라고 선포할 만큼 청소년들의 금융지식이 허술했다. 미국은 2002년 6월 재무부 산하에 금융교육국(Office of Financial Education)을 만들어 좀 더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시작했다.

미국에는 경제교육 단체가 140여 개나 있다. 전국 규모의 교육기관은 40여 개. JA를 비롯해 경제교육협의회(NCEE), 전국금융교육기금(NEFE)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금융교육 교재를 개발해 보급하거나 주식투자게임, 금융백일장을 주관한다.

○ 한국의 현주소

한국에서도 청소년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칠 교사가 부족해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민간 경제교육단체가 주관하는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최근 크게 늘었지만 아직 활용도는 빈약한 편.

특히 공교육을 통한 금융교육은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최근까지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는 은행과 이자 개념을 설명하면서 은행을 정부기관으로 묘사했다.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는 물가를 다루는 대목에서 화폐 공급과 물가의 관계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었다.

KDI 천규승 경제교육실장은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기본교과 과정 중 경제를 배우는 시간이 1%가 채 안 된다”며 “그나마 교육 내용도 개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재무관리 분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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