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숭미 혐미 찬미 연미 등…한국엔 8가지의 미국이 있다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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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동맹 관계인 미국에 대해 8가지 용어가 존재한다.”

줄리아 스웨이그 미국 외교협회(CFR) 남미 담당 이사는 25일 출간한 ‘오발(誤發·Friendly Fire): 반미의 세기에 친구 잃고 적 만들기’라는 저서(사진)에서 한국에는 미국을 반대하는 반미, 숭배하는 숭미, 혐오하는 혐미, 찬성하는 찬미, 연대하는 연미, 이용하는 용미, 저항하는 항미, 비판하는 판미 등 다양한 단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관계의 모호성을 표현하는 한국어를 망라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런 모호성은 터키, 독일, 영국, 남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미국의 필리핀 강점을 일본이 묵인하는 대가로 일본의 한국 강점인 을사늑약(1905년)을 인정한 사실과 한반도 운명에 대해 아무 언급도 없었던 미소 얄타회담, 미군 대령들에 의한 38도선 분할통치 제안과 반탁시위 등 한국 내 반미 감정의 배경과 역사도 자세히 언급했다.

스웨이그 이사는 “미군의 한국전 참전은 구세대에게 미국에 대한 보은의 감정을 품게 만들었지만 전쟁 이후 분단 상황과 미군 주둔은 젊은 층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해 적대감을 갖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독립을 이루지 못한 좌절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 노근리 민간인 학살 사건, 미군 장갑차 사고로 인한 여중생 사망 사건, 북핵 위기를 둘러싼 양국 간 공조 마찰의 영향으로 급기야 2004년에는 한국민의 40%가 북한이나 중국보다 미국을 더 큰 안보 위협 대상으로 느낀다는,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스웨이그 이사는 “국제사회에서 반미에 대한 최선의 해독제는 미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미국은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대외 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반미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만일 미국인들이 이 책의 충고를 따른다면 반미가 21세기를 반드시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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