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베이징 한국학교 8년 만에 ‘내집 장만’

  • 입력 2006년 5월 2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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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주재 10만 한국 교민의 염원인 북경한국국제학교가 22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왕징에 ‘내 집’을 마련하고 준공식을 열었다. 학생들이 이날 학교 본관 앞마당에서 신축 교사 완공을 축하하는 풍물패 공연을 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 베이징 주재 10만 한국 교민의 염원인 북경한국국제학교가 22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왕징에 ‘내 집’을 마련하고 준공식을 열었다. 학생들이 이날 학교 본관 앞마당에서 신축 교사 완공을 축하하는 풍물패 공연을 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경한국국제학교가 22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에서 드디어 ‘내 집’을 마련했다.

한국국제학교가 문을 연 지 8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지 14년 만의 경사다. 1998년 9월 문을 연 한국국제학교는 그동안 셋방살이를 전전하며 네 번이나 이사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이날 한국국제학교 신축 교사(校舍) 준공식에는 김태선 교장과 오수종 중국한국상회 회장, 백금식 재중국 한국인회 회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그동안 ‘우리 학교’가 없는 설움을 겪었던 탓인지 학부모 300여 명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행사 마지막에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과 한국국제학교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만세, 만세,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곳곳에서 학부모와 관계자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의 눈물에는 사연이 있다. 중국 학교에 더부살이를 할 때는 중국 학교가 사정이 있으면 수업을 중단해야 했다. 조회시간에 애국가도 눈치를 봐 가며 틀어야 했다.

2002년 말 교장으로 부임해 교사 신축에 전력을 쏟아 온 김 교장은 “다른 나라 국제학교 관계자들이 ‘당신들은 왜 자체 학교가 없느냐’라고 물을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털어놓았다.

2004년 12월엔 탈북자가 학교에 진입하자 건물을 빌려 준 중국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한국국제학교의 정문을 봉쇄해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축 교사는 교민들의 정성과 현지에 진출한 기업, 정부가 힘을 모아 지었다. 1999년 주중 대사관 부인회가 바자로 모은 종자돈은 9만6648달러. 여기에 교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삼성 중국 본사와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SK 중국 본사 등 현지 기업들이 10만∼50만 달러씩 쾌척하면서 350만 달러로 불어났다. 여기에 500만 달러의 정부 지원이 뒤따랐다.

그러나 건물을 짓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땅을 구하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렸고 2004년 6월 착공한 뒤에도 자금이 부족해 공사를 중단한 적도 있었다.

황당한 일도 적지 않았다. “이 지역의 가스공급권을 내가 갖고 있다”며 200만 위안(약 2억4000만 원)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베이징 시가 뚜렷한 이유 없이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아 초조해하기도 했다.

궁리 끝에 ‘탈북자가 다시 학교로 들어올 것을 우려하나 보다’라고 생각해 학교 담장을 6m로 높이겠다고 하니까 바로 준공검사가 나왔다는 후문.

새 교사는 대지 3636평에 연건평 3498평의 5층 건물로 유치원생 117명과 초등학생 515명, 중학생 160명, 고등학생 115명 등 모두 907명이 재학 중이다.

교민들은 학생 수를 대폭 늘려 주길 바라고 있지만 1000명을 넘기면 쾌적한 학교 공간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 특히 초등학교는 현재 인원에서 더는 늘릴 여력이 없다.

학생은 대개 중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 상사원과 중국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의 자녀들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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