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인권외교의 발원지 텍사스 미들랜드를 가다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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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탈북자 출신 언론인 강철환 씨가 참석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들랜드 기독교 행사 ‘사막을 흔들라(Rock the Desert)’. 올해 테마는 중국 기독교 보호. 미들랜드의 관심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및 종교 자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 제공 www.rockthedesert.com
지난해 탈북자 출신 언론인 강철환 씨가 참석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들랜드 기독교 행사 ‘사막을 흔들라(Rock the Desert)’. 올해 테마는 중국 기독교 보호. 미들랜드의 관심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및 종교 자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 제공 www.rockthedesert.com
지난해 탈북자 출신 언론인 강철환 씨가 참석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들랜드 기독교 행사 ‘사막을 흔들라(Rock the Desert)’. 올해 테마는 중국 기독교 보호. 미들랜드의 관심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및 종교 자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 제공 www.rockthedesert.com
지난해 탈북자 출신 언론인 강철환 씨가 참석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미들랜드 기독교 행사 ‘사막을 흔들라(Rock the Desert)’. 올해 테마는 중국 기독교 보호. 미들랜드의 관심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및 종교 자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 제공 www.rockthedesert.com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 6명의 워싱턴 방문(16일)을 앞두고 미들랜드를 찾았다. 미들랜드는 허허벌판에 석유 시추 장치만 간간이 눈에 띄고, 도심에서도 바람결에 석유 냄새가 묻어나는 곳이었다.

○미들랜드의 조직화

미들랜드는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제3세계 개척교회를 도왔을 뿐이다. 그러나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취임은 도시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그해 11월 수단 이슬람 정부의 기독교도 박해를 알리는 ‘국제 기도의 날(IDOP)’ 행사가 도시 외곽에서 열렸다. ‘거듭난 기독교인’을 자부하는 부시 대통령의 고향에서 치러지는 행사라야 언론의 주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홍보 전략의 산물이었다. 과거 행사는 관례적으로 동부 대도시에서 열렸다.

수단 정부를 상대로 갓 시작된 부시 행정부의 압박외교는 이렇게 기독교 단체의 힘을 얻으며 진행됐다. 워싱턴에선 잘 알려진 얘기지만, 키디르 아메드 주미 수단대사가 “미들랜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꼭 백악관을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고향 친구들’의 목소리는 미들랜드 20여 개 교회의 연합체(MMA)가 조직화했다. 이 단체의 데버러 파이크스 사무국장은 기자가 자택으로 찾아가자 “편지 첫머리에 ‘대통령과 부인의 고향’이란 문구를 인쇄해 넣은 뒤 상대방의 답신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소 지었다.

○우연히 발견한 북한

북한 인권 문제가 미들랜드의 관심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이 지역 한인교회의 구홍락 목사는 “(백인) 목사님 가족 등 두 집안에서 한국인 사위를 봤다. 그러면서 한국의 분단 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종교 상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무렵부터 파이크스 사무국장은 수단 인권운동을 통해 알게 된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의기투합하게 된다.

2003년 여름 미들랜드를 찾은 독일인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의 간증 행사장은 한마디로 눈물바다였다. 간증 제목은 ‘내가 겪은 북한 18개월’. 그는 대통령의 장모 제나 웰치 여사도 따로 만났다.

이렇게 시작된 북한을 겨냥한 미들랜드의 기독교 인권운동 열기는 고향 친구들을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미들랜드의 대북 접근법이 꼭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파이크스 국장은 기자에게 영어 원문을 한글로 번역한 뒤 다시 거기에 알파벳 발음을 표시해 놓은 ‘한국어 연설문’ 하나를 읽어 주었다. “미스터 킴정일(김정일)은 어려서 오모니(어머니)를 잃은 뒤 힘든 시가눌(시간을) 보내숨니다. 그를 위해서도 기도함니다.”

격주로 진행되는 이 모임에 참석하는 이숙희 집사는 “지구 반대편 북한 주민을 위한 기도모임에 참석하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제는 중국

부시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관저에서 중국 반체제 작가 위제(余杰·33) 씨를 만난 것은 미들랜드의 인권운동 의지가 북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초대 대상 3명을 선정한 것도 미들랜드였다. 지난해 강철환 씨가 참석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사막을 흔들라(Rock the Desert)’ 행사의 올해 테마는 중국 기독교 보호. 미들랜드의 관심 영역이 수단을 거쳐 북한과 중국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현재 이곳에는 미 국무부가 ‘종교 난민’으로 정식 인정한 중국인 기독교도 세 가족이 옮겨 와 살고 있다. 2004년 미들랜드로 이주한 로버트 푸(傅希秋·푸시추) 목사는 그중 한 사람이다.

○상반된 평가

당초 국무부는 수단 인권운동에는 긍정적이었다. 남부 수단의 개척교회 수십 곳을 지원해 온 스톤게이트 교회의 패트릭 페이턴 목사는 “수단 문제에 미들랜드가 건설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국무부도 인정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최고통치자의 고향 친구들’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을 마냥 환영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북한 및 중국의 종교·인권 문제는 정치 경제가 뒤섞인 세계 전략적 현안이다. 일각에선 “외교는 냉정한 국익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과 고향 친구들의 사적인 관심사가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파이크스 사무국장은 “그렇다고 박해받는 북한 주민을 돕고, 조금이라도 인권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달라질 순 없다”고 말했다. 이런 미들랜드의 자신감은 ‘우리의 행동이 부시 대통령의 속마음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자신감에 바탕을 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 이후의 미들랜드는 어떠할까? 파이크스 국장과 페이턴 목사는 한목소리로 “퇴임 후 텍사스로 돌아올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기독교 복음운동에 동참할 것이며, 아마 우리보다 한두 발 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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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랜드=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미들랜드 힘의 원천은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반드시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캘리포니아는 리버럴했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중도성향을 텍사스는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틀간 취재를 통해 발견한 텍사스 주 미들랜드의 국제 감각, 신앙심, 자금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확산 철학을 지지하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석유를 채굴하고, 산유국에 석유시추기술과 장비를 수출하는 ‘오일 맨’들에게 국제정세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기본에 속한다. 중동발(發) 테러, 아프리카 산유국의 인종학살, 남미 정부의 자원국유화는 하나하나가 기업의 운명을 뒤바꿔놓을 수 있다. 스톤게이트교회의 패트릭 페이턴 목사는 “그래서 우리는 글로벌리스트(국제주의자)”라고 했다.

미들랜드의 기독교 신앙이 성경의 무오류를 믿는 복음주의(evangeli-calism)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들랜드 공항에서 국도를 타고 도심을 향하다 보면 가로 15m, 세로 3m쯤 되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띈다. 거기엔 이런 문구가 씌어 있다. “예수님에게서 답을 찾으세요. 구원을 위해 기도합시다.” 인구 10만 명당 백만장자 수 1위. 지금은 다소 빛이 바랬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들랜드는 이런 부의 고장이었다. 데버러 파이크스 미들랜드 교회연합회 사무국장은 “우리가 받은 물질적 축복을 나누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고 했다. 기독교 운동을 위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들랜드 교회연합회는 탈북자와 북한 및 중국 인권운동가들에게 활동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아랍에미리트가 사용하던 워싱턴 시내 외교관 밀집지역의 한 건물을 구입할 계획이다. 350만 달러(약 33억 원)가 넘는 건물이다. 대부분 미들랜드 성금이다.

미들랜드=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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