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國技 ‘삼보’로 양국 우정 쌓아요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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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국기인 삼보의 경기 모습.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호신술’이라는 뜻이다. 옛 소련 각국의 민속무술과 몽골 씨름을 바탕으로 1930년대에 체계화됐다. 스포츠 삼보는 타격 기술이 없어 유도와 비슷하지만 프로선수들이 겨루는 컴뱃 삼보는 모든 기술이 조합된 강력한 격투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러시아의 국기인 삼보의 경기 모습.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호신술’이라는 뜻이다. 옛 소련 각국의 민속무술과 몽골 씨름을 바탕으로 1930년대에 체계화됐다. 스포츠 삼보는 타격 기술이 없어 유도와 비슷하지만 프로선수들이 겨루는 컴뱃 삼보는 모든 기술이 조합된 강력한 격투기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러시아에서는 삼보만 통하면 각계의 고위 인사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더군요.” ‘러시아의 태권도’ 격인 삼보로 한국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문종금(文鍾昑·49) 대한삼보연맹 회장은 일주일 동안 러시아에서 받은 환대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석(姜元錫·37) 부회장 등 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러시아삼보연맹 초청으로 11∼18일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한 체육계 관계자뿐 아니라 알렉산드르 토르신 연방회의(상원) 의장 등 각계의 ‘거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러시아가 국기(國技)인 삼보를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덕분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삼보선수 출신으로 세계 ‘이종격투기의 황제’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0) 선수가 이틀 동안 동행하며 직접 안내했다. 1월 문 회장의 초청으로 동생 알렉산드르(25) 선수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표도르 선수는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이다.

삼보는 옛 소련권을 중심으로 58개국에 보급돼 있다. 러시아에서는 학교와 군대에서 삼보를 배워 전 국민이 삼보인이나 마찬가지다. 삼보선수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계삼보연맹 명예총재를 맡고 있을 정도.

푸틴 대통령은 삼보를 태권도나 유도처럼 세계적인 격투기로 만들어 올림픽 종목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70개국 이상에서 활성화돼야 올림픽 종목 채택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문 회장이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삼보 전도사로 나선 것도 2001년 다급해진 러시아 정부가 “한국에도 삼보를 보급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이 계기가 됐다. 문 회장은 원래 합기도 무술인 출신으로 한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운동을 가르쳤다. 그는 액션 영화배우와 감독으로도 활약해 ‘싸울아비’ 등 8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할리우드 영화 ‘아이 앰 샘’을 수입해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2002년 문 회장은 영화로 번 사재를 털어 삼보연맹을 만들고 체육관 확보와 지도자 양성에 나섰다. 현재 국내의 삼보 인구는 3000여 명. 150여 명의 지도자와 80여 개의 체육관이 있다. 에밀리아넨코 형제가 다녀간 후 삼보 붐이 불어 최근 수련생이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명의 사범을 파견하고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비탈리 마르콥스키 영사가 외교적 지원을 전담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문 회장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모으는 M-1 대회를 하반기에 한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일본이 주도하는 프라이드와 K1 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것. 러시아의 M-1 스타들은 대부분 삼보선수 출신이어서 자연스럽게 삼보가 많이 알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이종격투기 팬들은 9, 10월경이면 에밀리아넨코 형제 등 러시아 삼보 스타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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