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大 고야스 교수 “日가해자 중심 역사 바로 잡아야”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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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사진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참배는 아시아의 전쟁 역사와 기억을 부당하게 일국화(一國化)하는 것이며, 이는 역사의 본질적인 왜곡입니다.”

15∼18일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성균관대에서 4차례의 연속 특강을 펼치게 될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73·사진)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미리 배포한 강연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고야스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문명과 평화’ 포럼의 일환으로 새로 개설한 세계석학초청강좌의 첫 주자다. 일본사상사학회장을 지낸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전과 후를 단절로 바라본 전후 일본학계의 태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와 달리 그 연속성에 주목한 학자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번역된 ‘야스쿠니의 일본, 일본의 야스쿠니’(산해)라는 책에서 야스쿠니신사가 현대 일본에 전전(戰前) 일본 내셔널리즘을 부활시키려는 주술적 작용을 한다고 비판했다. 그의 특강 내용을 요약한다.

▽동아시아 공동체와 야스쿠니 참배=야스쿠니 문제의 본질은 동아시아 지역 주민에게 커다란 피해를 불러왔던 일본제국의 전쟁의 역사를 일본 일국의 역사로 부당하게 전유하겠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대내와 대외로 나뉘어 있는 더블스탠드의 국가운영 체제를 개혁하겠다며 야스쿠니 참배를 추진하지만 거기에는 대외적 배려가 빠져 있다.

그 전쟁의 기억을 가해자 중심으로 일국화하겠다는 주장은 ‘역사의 폭력적 반윤리적 고쳐 쓰기’다. 야스쿠니에는 이 전쟁의 일반 시민 희생자와 무수한 아시아인 희생자들이 배제돼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란 역사 속에서 생자(生者) 에고이즘에 의해 이용되고 배제된 무수한 사자(死者)와 공존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일본 민족과 교과서 문제=민족이란 개념은 메이지(明治)시대에 형성되지만 일본민족이라는 개념이 학술상으로 재구성된 것은 1925∼40년에 이르는 쇼와(昭和)시대다. 이때 형성된 일본민족의 개념은 이중화된 동심원이다. 그 중심에는 본토 주민을 신화적 민족 개념으로 우월적으로 차별화한 천손(天孫)민족이 있고, 그 밖으로 조선과 만주를 포함하는 ‘외지 일본민족’이 존재한다. 외지를 포섭하면서도 그 외지는 계속 외지로 존재하도록 내부를 절대화하는 이런 이중성은 국가를 일본인의 마음 속에 강건히 재확립하겠다는 ‘역사다시보기론’으로 재생되고 있다.

▽한일 관계사와 독도, 한류=7세기 후반 나당 연합군에 패배한 이후 일본은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집필을 통해 그 역사에 남아 있는 한(韓·한민족)의 흔적을 지워 갔다. 근대 일본의 성립은 그래도 남아 있던 한(韓)의 흔적을 총체적으로 소멸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읽어 낸 과정이다. 일본인들이 1905년의 러-일전쟁 승리는 기억해도 그 직전에 이뤄진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영토 편입과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1910년 강제합방에 대해선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류는 일본인의 이런 사각지대에 별안간 나타난 한(韓)에 대한 놀라움이 낳은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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