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출 한반도 古書 5만여권 목록 집대성

  • 입력 2006년 5월 10일 16시 40분


코멘트
일본 조선서지학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65) 도야마 (富山)국립대 교수가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 중 첫 권인 '집부'(集部.개인문집)를 지난달말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연합]
일본 조선서지학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65) 도야마 (富山)국립대 교수가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 중 첫 권인 '집부'(集部.개인문집)를 지난달말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연합]
11∼19세기 일본으로 유출된 고려와 조선의 고서 5만권의 목록을 60대 일본학자가 35년에 걸친 추적과 조사 끝에 집대성했다.

조선 서지학 연구의 권위자인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65·사진) 도야마(富山)대 교수는 그 성과물인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 1권을 지난날 말 발간했다.

편찬 작업에만 8년이 걸린 1권 '집부(集部)'는 조선과 고려시대의 개인문집 1만권(3000여종)의 정보만 우선 추려내 정리한 것이다. 나머지 4만권에 대한 자료는 앞으로 7∼8년을 더 들여 3, 4권의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가 집대성한 자료에는 현재 한국에 없거나 일부 내용이 소실된 고서 수백 권의 소재와 보관상태도 상세히 기록돼 있어 조선 문화 연구의 귀중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안평대군이 송나라 왕안석의 글을 모아 펴낸 '비해당선반산정화(匪懈堂選半山精華)' 6권 2책, 조선전기 문신 강희맹(姜希孟)의 '사숙제집(私淑齎集)' 17권 4책, 조선중기 문신 김인후(金麟厚)의 '하서선생집(河西先生集)' 원각본(原刻本) 13권13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

후지모토 교수가 정리한 자료에는 임진왜란과 일제시대를 거치며 사실상 약탈된 책들에 대한 정보도 있어 우리 정부가 반환을 추진하게 된다면 근거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지모토 교수는 일본의 국회도서관과 주요대학 도서관을 빠짐없이 뒤졌고 고려와 조선의 고서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지방의 작은 도서관이나 개인서고까지 마다않고 찾아다녔다.

일본의 개화기에 고서 중 일부가 흘러간 영국 대영박물관과 대만 고궁박물관도 찾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거나 내용이 복잡한 책은 단 한 권의 서지정보를 메모하는 데도 2, 3일이 걸렸다.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들이고도 5∼10%는 아직 자료를 정리하지 못한 이유다.

도서관의 목록에 조선의 고서가 중국의 고서로 분류돼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점도 바쁜 발길을 붙잡았다. 후지모토 교수는 이로 인한 자료 누락을 막기 위해 직접 서고에 들어가 고서를 한 권 한 권 확인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작업에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1967년부터 3년간 서울대 등에서 유학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한국의 지인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그에게 힘이 됐다.

후지모토 교수는 "이번 책이 일본의 정신문화를 연구하는 데도 기여하기를 바란다"면서 "일본은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로부터 많은 문물을 전수받아 그 정신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야마=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