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美병원 의료사고 줄인다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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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엉뚱한 약을 투여하거나 멀쩡한 곳을 잘못 수술해 환자를 두 번 울리는 의료사고 소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학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미국 연방과학아카데미 소속 의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최다 9만8000명의 환자가 의료진의 ‘실수’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보다 많다.

그런데 병실 디자인 혁신만으로도 이런 ‘치명적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면?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병원들을 소개했다.

위스콘신 주의 세인트 조지프 종합병원은 2003년부터 의료진에게 본인 또는 동료들의 크고 작은 의료사고 또는 실수를 익명으로 보고하게 했다. 매달 평균 250건에 그쳤던 보고는 익명이 보장되자 3000건으로 급증했다. 주의만을 당부하기엔 현실은 심각했다.

당시 5500만 달러(약 512억 원)를 투입해 병원 신축을 준비 중이던 존 레일링 원장은 병원 시설 디자인 혁신에서 그 해법을 찾아냈다.

8월 문을 열 예정인 새 병원은 모든 병실 내 의료기기 및 시설을 동일하게 배치해 의료진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기구를 찾느라 헤매지 않도록 했다. 다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동일하게 규격화한 항공업계 시설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각 병동의 조명 역시 자연광에 가장 가까운 특수 조명으로 바꾸고 밝기 또한 통일했다. 병실마다 조명의 밝기가 다르면 정밀한 진단을 할 때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이렇게 하면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도 최고 반나절까지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영리 종합 보건업체인 ‘SSM 헬스 케어’는 2008년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 완공할 종합병원의 각 병실 벽에 슬라이드 서랍을 설치해 간호사들이 병실 밖에서 약을 넣을 수 있도록 할 계획. 간호사들이 자주 병실에 출입할수록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 햇빛을 가리기 위한 블라인드는 병균의 원천이므로 이중창 사이에 블라인드를 달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병실 구조가 모두 똑같으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병원 안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들 병원에 대한 전 세계 의료진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병원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사고로 인한 소송 부담 때문. 의학연구원 보고서는 의료사고 수습 비용이 연간 170억∼29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의 ‘압력’도 병원들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의 보험사들은 환자들에게 병원의 의료사고 기록 회람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환자 안전 및 의료서비스 향상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의료진이 의료 실수나 사고를 정부가 선정한 안전보장단체(PSO)에 익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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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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