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조기 총선은 무효" 결정의 의미

  • 입력 2006년 5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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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헌법재판소의 '4월 2일 총선 무효화' 결정이 가져올 향후 정국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총선 직후 사임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복귀가 다시 거론되는 등 사태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단 주요 3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지난달 총선에서 485명 중 475명을 당선시키며 압승한 집권 타이락타이(TRT)당은 8일 헌재 결정으로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푸미폰 아둔야넷 국왕의 압력으로 사임했지만 여전히 TRT 당을 장악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의 조기 정계 복귀 가능성.

총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칫차이 와나사팃야 태국 수석 부총리는 헌재 결정 직후 탁신 전 총리의 정치적 복귀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총리 재선을 모색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아무도 그가 경주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탁신 전 총리의 사임→헌재의 총선 무효화 결정→새로운 총선 실시→탁신 전 총리의 복귀'를 점치는 시나리오는 그의 사임 발표 때부터 등장한 것이다. 야권이 탁신 전 총리의 사임 발표 당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TRT 당은 탁신 전 총리의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지방, 특히 농촌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탁신 없는' 총선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탁신 전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마지못해 대중 집회를 중단했던 야권과 반(反) 탁신 세력은 헌재의 총선 무효화 결정이 예상되던 2일부터 방콕 룸피니 공원에서 대중 집회를 재개하고 탁신 전 총리가 정계에 조기 복귀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야권과 반 탁신 세력은 지난 5년간 집권해온 탁신 전 총리를 '포퓰리스트(대중 영합주의자)'라고 부르면서 그가 의회 독재를 행사했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야당은 탁신 전 총리의 복귀 우려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총선 무효화 결정 직후 "새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참여의사를 밝혔다.

야당은 총선 이전에 최소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전면 개편이 이뤄져 공정한 선거가 보장될 수 있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헌재가 총선 무효화를 결정한 것은 '기표소의 비밀투표를 보장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의회 해산 후 45일도 안돼 조기총선을 실시했다'는 등 주로 선거의 불공정성 때문. 따라서 TRT 당의 영향력 아래 임명된 선거관리위원들의 교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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