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펠리칸 브리프’ 처럼…북한 위폐 실태추적 美여대생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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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조지폐의 과거와 현재를 집대성한 대학생의 졸업논문 한 편이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졸업반이던 시나 체스넛(사진) 씨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소프라노 국가(The Sopranos State?)’라는 논문이 그것.

소프라노는 1999년 HBO 방송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제목이자 마피아 두목의 이름. 국무부에서 북한 불법 행위 조사팀장을 지낸 데이비드 애셔 전 자문관이 지난해 가을 “정권 주도하에 위조지폐를 만드는 북한은 ‘소프라노’ 국가”라고 언급한 뒤 자주 쓰이게 됐다.

영화 ‘펠리컨 브리프’
존 그리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펠리컨 브리프’(1993년)의 포스터. 미국 연방대법관 암살에 개입한 석유개발업자의 음모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 펠리컨 브리프와 지난해 5월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학생이 발표한 졸업 논문이 비슷한 점이 많아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1일 “노틸러스 연구소 등 몇몇 연구소가 이 논문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면서 “1993년에 제작된 영화 ‘펠리컨 브리프’와 비슷한 점이 많아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리컨 브리프는 존 그리셤의 소설 제목이자 연방대법관 암살에 개입한 석유개발업자의 음모를 해결하는 단초로 사용된 어느 대학생의 보고서.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영화로 각색돼 국내에도 상영된 바 있다.

체스넛 씨의 논문은 관련 연구가 거의 없는 북한의 위조지폐, 마약, 가짜 담배, 의약품 위조 등에 관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이다. 70여 명의 미 정부 당국자, 재무부 위조지폐 담당관, 탈북자 등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는 논문 앞에 붙인 글에서 논문 공동 지도교수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171쪽짜리 논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 정남이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미국 관리가 봤다’고 전했던 2003년의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보도를 생각나게 한다. 당시 이 보도는 여론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논문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DBA)은행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불법 활동과 관련해 마카오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곳은 또 주로 현금이 유통되는 카지노가 많아 그만큼 위조지폐가 나돌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외교관과 국영기업 관리가 위조지폐 소지 혐의로 체포됐으며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송금 때 현대 자금이 이곳을 거쳐 송금되기도 했다는 것.

논문은 BDA은행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간접 제재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어떤 전망도 하지 않았으며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위조지폐는 철저히 국내법(미국법)에 따라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당국자들이 말하고 있다”고 언급해 해결의 단초는 남겨 놓았다. 이 논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반복해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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