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美이라크전 실패, 언론 탓하지 말라

  • 입력 2006년 4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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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기간 내내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언론의 전쟁 보도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 신문 독자나 TV 뉴스 시청자가 부정적인 내용만 보게 된다는 비판이다.

중요한 문제의식이 담긴 지적이다. 미디어 비평가들도 미국이 비판 일색의 전쟁 보도로 전쟁 실패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논리적으로 따져 본다면 이렇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진다면 그건 국가적 결단이 약해질 때뿐이다. 그리고 언론이 이라크 내 폭력사태만 주로 보도하는 바람에 미국인이 ‘불공평하게’ 비관적인 정보를 얻게 될 때가 바로 국가적 결단이 약해지는 때라는 논리다.

오후 11시 마감뉴스를 보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실감하듯이 방송 뉴스가 긍정적인 것보다는 폭력적인 상황을 주로 다루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주류 언론이 묘사하는 이라크 상황은 ‘정확한 현실’보다 더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진다면 TV 뉴스를 본 시청자들의 지지가 약해져서가 아니라 ‘현장의 상황’이 나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언론 보도는 주어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할 때 대체로 비슷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인은 미군의 활동은 높이 평가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지나친 낙관론과 형편없는 사전 준비에 화가 나 있다.

현재의 상황 전개와 언론 보도의 상관관계를 이라크의 정치 경제 치안 문제라는 세 가지 틀로 살펴보자.

지금 이라크에선 약삭빠른 흥정, 밀실 뒷거래가 진행 중이며, 언론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거 민주주의는 미국인에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각 정파와 종파, 무장 세력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바람에 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을 ‘희망가’로 윤색할 수는 없다.

경제 분야는 그나마 낙관적이다. 인구 2500만 명의 나라에 연간 미국 자금 5조 원이 투입되고, 막대한 석유판매자금이 흘러들어 갔다. 학교 건설, 통신 재건, TV 위성안테나 보급은 긍정적 사례다. 미국 언론에 이런 경제 재건 뉴스가 부족하다는 점을 비판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런 경제 재건 뉴스로 사기 진작을 꾀하는 것이 자유사회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인가? 아마도 ‘사실 보도’가 언론의 고유 영역일 것이다. 이라크의 현실은 일부 긍정적 사례에도 불구하고 각종 기반시설이 사담 후세인 시절에 못 미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경제 복구 과정을 집중 조명하는 보도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그런 보도가 이어지더라도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치안 상황에 관한 한 언론은 무장 테러 소식을 많이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전쟁 첫해부터 이라크가 성공적으로 자체 치안능력을 키웠다는 점을 홍보했다. 과잉 홍보였다. 그런 과잉 홍보가 오히려 오늘의 회의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언론은 지금도 얼마나 많이 무장봉기가 일어나고 어느 도시가 무장 세력의 수중에 떨어졌는지를 살핀다.

기자들도 사람이다. 때로는 기사 가치판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지, 특별히 부시 행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라고 말하기 어렵다. 종군기자들도 최전선 병사만큼은 아니지만, 장교급 미군의 사망률에 가까운 희생을 치르고 있다. 최전선에 선 기자들에게서 ‘행복 뉴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보도에 담긴 정책 개선 과제를 챙기면서 전쟁 승리의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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