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인다네”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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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프랑스에서 ‘어린 왕자’가 출간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저자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30년대부터 이상한 어린아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편지에, 일기에, 심지어 레스토랑의 식탁보에도 이 아이를 그렸다. 이 이상한 모습의 어린아이가 나중에 작품 속의 어린 왕자가 된 것이다.

조종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는 40세에 제대했다. 1940년 12월 그는 프랑스를 떠나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그의 뒤를 보아주던 출판사 편집장은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건물의 27층에 거처를 마련해 줬다. 거기에서 그는 ‘전투 조종사’를 쓰며 밤을 새웠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이듬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1942년 여름 뉴욕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식사 도중 바람에 휘날리는 목도리를 두른 어린아이를 식탁보에 그렸다. 이를 본 편집장이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써 보라고 제안했다. 어린 왕자는 이렇게 탄생했다.

작업에 들어간 생텍쥐페리는 1943년 4월 원고 집필을 마친 뒤 일주일 만에 전쟁터로 갔다. 이듬해 7월 그는 정찰 비행에 나섰다가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됐다. 미국에서 책이 나온 지 3년 뒤인 1946년 4월 프랑스에서도 마침내 어린 왕자가 출판됐다. 저자 본인은 정작 모국에서 이 책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어린 왕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180개 언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전 세계에서 몇 권이나 팔렸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한 권의 책이 이처럼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인기를 끈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성공 이유는 보편성 덕분이다. 짧은 콩트 형식으로 다뤄진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독자로 끌어들였다. 우정 사랑 죽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쉽게 다뤘다는 것이 성공 요인이다.

이런 주제들은 생텍쥐페리가 무척 잘 알고 있던 것이다. 비행을 하면서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절친한 친구를 잃기도 했으며 아내와의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도 겪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우수 슬픔 권태 같은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이런 분위기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사회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와 닿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 바로 의사소통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여러 별을 거치는 동안 이런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만난다. 끝없이 남에게 군림하려고만 드는 권위적인 왕과 자기를 칭찬하는 말 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허풍쟁이를 만난다. 우주에 있는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되풀이해 세고 있는 상인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사람을 가리킨다. 자기가 사는 별도 제대로 탐사해 보지 못한 지리학자는 이론에 집착한다.

이런 캐릭터들의 공통적 특징은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다른 이에게서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다. 각자의 세계에 매몰돼 다른 사람의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기는커녕 무시하는 게 현대인의 특징이다.

어린 왕자는 7번째 별인 지구에서 여우를 만난다. 지혜로운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특히 어린 왕자에게 애증을 준 장미에 대해 여우는 이 세상에 장미는 많지만 어린 왕자를 사랑하고, 또 어린 왕자가 사랑하는 장미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요즘 들어 생텍쥐페리가 우리에게 들려준 메시지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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