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이름 ‘A E I O U’ 母音빼기 붐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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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母音)은 가라.’

간결한 단어의 시대가 왔다. 기업들이 ‘A E I O U’ 같은 영어 알파벳의 모음을 신상품 이름에 가급적 쓰지 않으려는 추세라고 미국의 일간지 보스턴글로브가 19일 보도했다.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SLVR’는 ‘Sliver(가늘게 베다, 조각 등의 뜻)’란 단어, 리바이스의 청바지 ‘레드와이어 DLX’는 ‘Deluxe(호화로운)’란 단어에서 각각 모음을 뺀 것. 모음이 없는 단어가 왠지 ‘쿨’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모음의 실종은 문자 메시지나 인스턴트 메시지 등을 보낼 때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등장한 현상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과거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 ‘KFC’로 압축된 사례는 있었지만 요즘 마케팅 담당자들은 자사 브랜드의 신기술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짧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작은 휴대전화 SLVR는 허시 초콜릿바 2개 정도 무게인 85g에 불과하며, DLX 청바지 주머니에는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 조작이 가능한 조이스틱이 달려 있다.

모음을 버린 브랜드의 선두주자 중 하나는 리복(Reebok).

이 브랜드는 몇 년 전부터 ‘Rbk’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에어로빅용 흰색 운동화’제조업체란 기존 이미지에다 도회적이고 유행에 앞서간다는 인상을 더하기 위해서다.

모음을 빼는 것은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을 넘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인기 높은 인터넷 사진 공유 서비스업체인 ‘플리커(Flickr)’는 처음에 ‘Flicker(깜박이다)’로 하려 했지만 그 단어를 쓰는 웹사이트가 있었다. 설립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 씨는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하다 그냥 한 글자 ‘e’를 빼기로 했는데 훨씬 특색 있는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품명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모토로라 관계자는 SLVR가 ‘Sliver’인지 ‘Silver(은빛)’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이 회사의 휴대전화 ‘RAZR’를 프랑스어식으로 읽으면 ‘면도칼’이란 뜻과 함께 ‘몹시 따분한 사람’이란 뜻도 될 수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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