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증精子 아이들’ 혈연 찾기 붐

  • 입력 2006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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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셍크 군(16·가운데)이 추가되면서 5명으로 늘어난 이복 남매가 한자리에 모였다. 셍크 군은 “여기는 엄마가 다른 누나고, 저기는 엄마가 다른 형, 이 사람은 또 엄마가 다른 누나…”라고 이복 남매들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저스틴 셍크 군(16·가운데)이 추가되면서 5명으로 늘어난 이복 남매가 한자리에 모였다. 셍크 군은 “여기는 엄마가 다른 누나고, 저기는 엄마가 다른 형, 이 사람은 또 엄마가 다른 누나…”라고 이복 남매들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처음 전화 통화했을 때는 이상했어요. 내가 먼저 말했죠.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저쪽에서도 ‘맞아, 우린 자매간이잖아’라고 말하는 거예요. 좀 묘한 기분이었지만 좋았어요.”

지난해 인터넷 사이트(donorsiblingregistry.com)를 통해 이복동생을 찾은 대니얼 파가노(17) 양의 소감이다. 파가노 양은 4년 전 자신이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돼 태어난 사실을 부모에게서 듣고 무척 속이 상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마음이 많이 풀렸다. 파가노 양과 조엘렌 마시(16) 양은 이제 친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미국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태어난 이복 남매들이 인터넷을 통해 상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선데이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기증 정자’로 태어난 어린이가 1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해마다 3만 명이 넘는 ‘기증 정자 아기’들이 새로 태어난다는 추정치도 있다. 정자은행들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기증 정자’의 수요자는 아이를 원하는 독신 여성이나 여성 동성애자들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증 정자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생부(生父)에 관해서 묻는다. 하지만 생부는 대부분 ‘기증자 401번’과 같은 숫자나 간단한 신상정보로 존재할 뿐이다. 생부가 선뜻 나서는 일도 거의 없다. 다만 생부를 찾으면서 이복 남매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고 선데이 타임스는 전했다.

‘기증 정자 아이’를 둔 웬디 크래머 씨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는 7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중 1500명이 이복 남매를 찾았으며 무려 22명의 남녀 어린이가 한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곱 살짜리 ‘기증 정자 아이’를 둔 뎁 배시 씨는 8명의 어머니와 자주 e메일을 교환한다. 이들은 같은 정자로 모두 12명의 아이를 낳았다. 배시 씨는 “이복 남매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이가 생부를 더는 유령처럼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증 정자 아이’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출생의 비밀이나 이복 남매의 존재와 같은 사실을 알려 주지 않겠다고 결정하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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