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국정연설 北자극발언없어…대북정책조율 안끝난 탓?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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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1일(한국 시간) 연두 국정연설에서 드러난 미국의 2006년 대북한 정책은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날 51분간의 연설에서 북한이 직접 거론된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것도 독재국가 5곳을 거론하면서 함께 언급하는 정도였다. 과거에는 최소한 1∼3문장이 할애됐고 ‘악의 축’ ‘무법 정권’ 등 자극적인 표현도 동원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연설문을 놓고 “과거 같은 자신만만함보다는 조심스러움이 배어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었다거나 강경한 기조가 누그러졌다고 보긴 어렵다.

비(非)민주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언급하는 방식은 1년 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거점’으로 지목했던 것과 유사하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도 “과거처럼 북한을 자극하지 않았지만 우리로서는 호재도 악재도 아니다”고 해석했다.

‘외교적 해결’이란 원칙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눈여겨볼 대목이란 시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엔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몇 개월 전부터 국무부가 백악관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표현 수위 문제를 조율했다”며 “국무부 내 온건파들은 ‘평화적 협상 의지’를 강조하는 말이 들어가기를 희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원론적인 수준에서 북한을 단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친 것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미 외교팀 내부의 의견조율이 끝나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일부 징후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뭔가 활발한 물밑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기대감 표명이나 자극적인 발언보다는 일단 북한의 태도를 ‘기다려 보자(wait and see)’는 것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 확산, 즉 ‘폭정의 종식’을 미국의 역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로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 보호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테러와의 전쟁과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미국의 지도력(leadership)을 포기해선 안 되며 이는 결국 “미국을 좀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라이스 장관이 주장해 온 “외교에서도 정권의 특성(character)이 중요하다”는 이른바 ‘정권 특성론’과 맥을 같이한다. ‘독재국가=호전적, 민주국가=평화적’이라는 등식 아래 독재국가야말로 미국의 위협인 만큼 궁극적인 대테러 전쟁은 곧 민주주의 확산 정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대외정책에서 ‘온정 외교’를 추진하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개발도상국 의료 지원, 빈곤 탈피 정책을 거론하면서 “외교정책에 온정주의를 보여 주자”고 강조했다. 미국의 리더십이 손상된 것은 우방국의 존경심을 잃은 탓이라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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