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작권 보호 어디까지?… 논란 팽팽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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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을 강조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와 자유로운 이용에 중점을 두는 ‘카피레프트(Copyleft)’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지형에서 충돌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은 22일 전 세계의 책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의회도서관에 3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검색어 입력으로 책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서적 검색엔진 ‘구글 프린트’를 출범시킨 데 이어 나온 후속조치다. 미 출판협회는 이에 앞서 ‘구글 프린트’를 제소하며 반대 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구글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 미국의 디지털 저작권 보호단체인 전자프런티어 재단이 21일 음반사 소니BMG를 고소했다. 복제 방지 소프트웨어를 소비자의 컴퓨터에 몰래 침투시켜 소비자의 다양한 정보응용권을 침해했다는 게 전자프런티어의 주장.

구글과 소니BMG의 경우는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보호 문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저작자와 미디어 소비자의 권리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질문이다.

○ “공짜 사용 용납 못해”

소니사가 소비자의 항의에 시달리다 제소까지 당한 이유는 무단 복제를 제한하기 위해 50여 종의 CD에 스파이웨어인 ‘XCP’를 은밀히 삽입했기 때문. 이 CD를 컴퓨터에서 재생하면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에 비밀 파일이 컴퓨터에 깔리게 된다. 컴퓨터는 이 때문에 바이러스 등 보안 공격에 취약해진다. 이 기술을 사용한 CD는 3회 이상 복제할 수 없다. 이 스파이웨어가 장착된 CD는 약 470만 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3일 시작된 ‘구글 프린트’는 소비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 검색어가 포함된 모든 책 페이지를 찾아 준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이 책 내용에 접근하게 해 준다’는 미 출판협회와 저작권 단체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서점에서 사라진, 도서관에 있는 책’만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 “새로운 종류의 권리가 생긴 것”

두 사건의 파장으로 “이 기회에 저작권의 개념 자체를 다시 정립하자”는 여론이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법조계와 정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칼럼난에서 “‘구글 프린트’는 기존 판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종류의 권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스턴글로브는 “‘구글 프린트’ 문제는 콘텐츠 사용권을 넘겨주느냐가 아니라 콘텐츠를 검색하는 ‘메타데이터(metadata)’ 권리를 소비자에게 넘겨주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인터넷 뉴스 ‘슬레이트’는 복제 방지 소프트웨어 논란에 대해 “소비자는 CD를 살 때 음반에 실린 내용을 임의대로 사용할 권리도 사는 것”이라며 상업적 용도가 아닌 복제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 업계는 미국 공화당 소속인 릭 바우처 하원의원이 추진 중인 ‘디지털 미디어 소비자 권리법’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CD와 전자책 등에서 판매자가 설치한 복제 방지 장치를 파괴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1998년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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