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 그들이 왔다

  • 입력 2005년 11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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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일 내한 공연을 갖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가운데)이 6일 연주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올라프 마닝허 첼로 수석주자, 오른쪽은 피터 리겔바우어 콘트라베이스 주자. 신원건  기자
7, 8일 내한 공연을 갖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가운데)이 6일 연주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올라프 마닝허 첼로 수석주자, 오른쪽은 피터 리겔바우어 콘트라베이스 주자. 신원건 기자
“베를린 필의 사운드는 파도같이 밀려오는 소리이자 지구의 심연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입니다. 21년 전에 비해 베를린 필은 훨씬 젊어졌고 다양한 국적의 단원들로 채워졌지만 베를린 필 사운드의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7, 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21년 만의 내한공연을 펼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사이먼 래틀(50) 경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래틀 경은 이날 123명의 정규 단원, 16인의 객원연주자에 스태프까지 190여 명에 이르는 대식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4일 베이징(北京) 공연을 시작으로 21일까지 한국을 포함해 중국 대만 일본의 6개 도시에서 공연하는 베를린 필은 이번 투어를 ‘트립 투 아시아-조화를 위한 대장정’이란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하고 있다. 베를린 필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에로이카)’과 하이든 교향곡 86번, 영국 현대 작곡가 토머스 아데의 ‘피난처(asyl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 등을 연주한다.

취임 이후 전통의 계승과 함께 꾸준히 현대음악을 연주해 온 래틀 경은 “현재 사랑받는 모든 클래식도 당대에는 ‘현대음악’이었다”며 “베토벤이 200년 전 처음 ‘에로이카’를 초연했을 때도 ‘이렇게 듣기 어려운 음악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악평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고참 단원 피터 리겔바우어(49·콘트라베이스) 씨는 “1984년 내한 공연을 펼쳤을 당시 한국 팬들이 보여준 열정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당시 멤버 중 현재 남아 있는 단원은 35명”이라고 밝혔다.

래틀 경은 “한국에는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작곡가 윤이상을 비롯해 정 트리오(정경화 정명화 정명훈)와 재독 작곡가 진은숙,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 등 훌륭한 음악가들이 있다”며 “베를린 필은 이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데 마침 정명훈 씨가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해 주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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