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위기 몰린 부시, 특단대책 내놓을까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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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 씨의 신분 누설 사건(리크게이트·Leakgate)에 대한 연방대배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27일 백악관은 폭풍 전야의 긴장이 감돌았다. 수사가 진행된 22개월 동안 특별검사와 피의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의 결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겸 비서실 차장에 대한 ‘계속 수사’와 딕 체니 부통령의 분신인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의 기소로 가닥이 잡히자 워싱턴 정가는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이 집중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발표한 뒤 플로리다의 허리케인 재난 현장을 방문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백악관 참모들도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표정관리에 애썼다.

▽중간 수사 결론=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특검이 일단 리비 실장은 기소하고, 로브 차장은 당장 기소하지는 않더라도 계속 수사 대상으로 남기는 쪽으로 중간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리비 실장은 2003년 7월 14일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 씨가 플레임 씨의 신분을 최초로 공개하기 직전인 2003년 6월 12일 체니 부통령에게서 그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리비 실장은 대배심에서 기자들로부터 플레임 씨에 관해 처음 들었다고 증언했고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말을 바꿔 왔다.

대배심에서 네 차례나 증언한 로브 차장도 매튜 쿠퍼 타임지 기자와 플레임 씨에 관해 대화한 내용을 증언하지 않았다. 그는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는 이 주장의 고의성 여부가 관건이다.

▽부시 행정부에 미칠 타격=부시 대통령은 28일 버지니아 주 노퍽에서의 연설을 마친 뒤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가서 주말을 보낼 예정이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라크전의 미군 전사자가 2000명을 넘어서고 반전 여론이 만만찮은 상태라 수사 결과 발표는 다시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부시 대통령을 ‘취임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브 차장이 일단 기소 위기는 넘겼지만 ‘계속 수사’ 대상으로 남음으로써 부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부시 대통령 자신이 “(정권의) 설계자(Architect)”라고 부를 정도로 부시 행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리비 실장이 기소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조기 레임덕에 빠질 부시 대통령이 남은 임기 39개월을 무난히 넘기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전면적인 인사쇄신을 한 사례가 거론되는 것도 그래서다.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북한 핵문제 등 획기적인 대외정책의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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